입력2006.04.02 16:23
수정2006.04.02 16:29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자 스포츠면 칼럼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스타들을 혹사시킨 구단주들의 탐욕이 유럽팀의 패배를 불러 왔다"고 지적했다.
또 축구 명문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이들이 '축구 변방'인 한국에 당한 충격과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음모론'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NYT 칼럼 'Blame Club Owners for Europe's Failures'를 정리한 것이다.
월드컵을 둘러싼 음모론이 만연하고 있다.
음모론의 요지는 바로 월드컵 흥행을 염려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최국인 한국의 승리를 위해 심판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런 잡음 때문에 월드컵이 이제는 3류들의 경기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FIFA가 개최국의 승리를 원했다면 왜 경제력이 앞서는 일본을 외면하고 한국을 선택했겠는가.
사실 FIFA는 '작업'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제프 블래터 회장파와 반대파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어 내부잡음 없이 주도면밀하게 일을 진행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승 후보로 꼽혔던 유럽 강호들의 잇단 패배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일차적으론 축구란 거대한 비즈니스를 통해 막대한 부를 거둬들이고 있는 유럽의 구단주에 있다.
구단주들은 관람료 수입과 방송중계권 수입의 증대를 위해 자국의 프로 리그를 올 5월까지 연장했다.
프랑스 지네딘 지단, 포르투갈 루이스 피구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경기장에서 지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골든 골을 넣은 한국의 안정환 선수를 방출하겠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탈리아 페루자도 향후 자기 구단의 흥행을 염려한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 이들은 축구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에 당한 충격적인 패배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스페인이 승부차기에서 졌을 때도 패배의 책임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져야 했다.
레드 카드를 빼 든 주심을 폭행한 포르투갈팀이 내세운 변명도 스페인팀과 비슷했다.
물론 연장전에서 한국에 패한 이탈리아팀의 좌절도 다른 사람이 대신 감당해야 했다.
이젠 월드컵에서 음모론과 같은 변명과 푸념을 듣고 싶지 않다.
세계 축구계는 오히려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한국과 터키에 갈채를 보내야 한다.
두드러진 스타플레이어가 없지만 조직력과 '할 수 있다'는 정신력으로 이들이 4강에 안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큰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