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기의 불투명 및 주가약세,달러약세,중남미 금융불안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조짐이 악재로 부상하면서 한국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것.2개월 이상 충분한 조정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반등다운 반등없이 연일 떨어지고 있다. 이미 주가는 대세상승 여부를 가늠하는 1백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한참 내려와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펀더멘털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대세기조를 의심하는 시장참여자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 상승 기조를 훼손할 만한 객관적인 징후는 없다"면서 "현 장세는 외부악재에 따른 투자심리 불안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발(發) 악재=강신우 굿모닝투신운용 상무는 "최근 주가급락세는 국내요인이 아니라 미국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위험회피 경향이 확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국내 상장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가 7배이하로 떨어지는 등 가격메리트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상승반전의 계기를 미국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작년말부터 이어진 '디커플링(de-coupling:차별화)' 장세가 최근들어서는 '하락 커플링(동반 하락)'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미 증시가 바닥을 확인해야 국내증시도 상승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미 증시(나스닥지수)가 지난해 9·11테러 당시의 전저점(1423.19)을 위협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경기지표로 볼때 저점을 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4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마이너스였다. 이에 반해 올 하반기 미 경제가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플러스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펀더멘털 이상 없나=국내적으론 환율하락(원화절상)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가 여전히 악재로 남아 있다. 또 미 경기회복세 둔화에 따른 경기상승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점도 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식매수 시기를 늦추게 하고 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미 경기 및 환율의 영향으로 2∼3분기중 기업실적이 다소 둔화될 수 있으며 최근 주가급락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PC경기 둔화 등 일부 미시적인 부문에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지만 경기선행지수 제조업지수 OECD선행지수 실업률 등 대부분의 거시지표를 보면 경기회복 초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김승식 팀장은 "한국 수출의 48%이상이 아시아지역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미 경기 회복이 하반기들어 다소 둔화되더라도 국내수출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세 무너졌나=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세상승기조가 아직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김 팀장은 "과거 경험상 지수가 추가로 5∼10% 하락하더라도 추세가 무너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두차례 대세상승기때 나타났던 1차 조정폭에 비해 이번 조정폭이 아직 적기 때문이다. 93년 1차 상승기에 지수는 바닥에서 54% 오른 뒤 2개월간 23%의 하락조정을 거쳤다. 또 99년초엔 바닥에서 1백27% 상승 후 35%의 조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번 상승기는 바닥에서 1백3% 오른 뒤 하락폭은 18%에 그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