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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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종합지수가 760대로 내리며 넉달 보름여 기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다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융시장이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악화 전망으로 주가가 지난해 9.11 테러 수준으로 급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시장불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18개월 최저치로 하락하고 하반기 수출 등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완화되면서 주가도 조정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바닥을 찾는 등 안정감이 확인되고 국내적으로도 월드컵 경기에 집중된 열기가 시장으로 이전될 때까지는 재미없고 밋밋한 등락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넉달여 최저 기록 =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0.61포인트, 1.36% 하락한 767.92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월 8일 739.66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중 저점은 755.81이고 고점은 773.83이었다.
코스닥지수는 63.91로 1.90포인트, 2.89% 하락, 종가기준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중 63.26까지 급락, 지난 21일 64.43의 연중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코스피선물 9월물은 96.45로 1.85포인트, 1.88% 하락했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콘탱고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다가 장마감에 빠지며 마이너스 0.13의 백워데이션으로 마쳤다.
해외시장이 불안하고 국내적으로 특별한 재료나 모멘텀이 제공되지 않으면서 거래도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거래소 거래량은 5억7,400만주로 떨어졌고 거래대금도 2조1,600억원에 그쳤다. 코스닥시장도 거래량은 2억주를 조금 넘었으며 거래대금은 6,750억원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도 금융주와 화학, 유통주 등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하락종목이 거래소에서는 626개나 됐고 코스닥에서도 667개 종목으로 증가할 만큼 종목별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시장심리가 장 내내 좋지 않았다.
장중 콘탱고가 지속되면서 증권과 투신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 760선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했으나 은행권에서 3,800억원 이상 대량 순매도하면서 6월말 결산을 앞둔 기관간 이해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외국인의 경우도 현물시장에서는 32억원을 순매수, 극도의 관망세를 보였으나 선물시장에서 1,500계약을 순매도하고 옵션시장에서 콜매도, 풋매수 등으로 약세포지션을 늘려 리스크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 미국시장 안정 확인 필요 = 시장에서는 지난주 770선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등을 시도하자 750∼760선의 지지대가 지켜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앞두고 미국 주가가 트리플위칭데이를 맞은 가운데 기업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 휩싸이면서 하락하자 지지선 설정에 무거움이 더해졌다.
외국인이 선물과 옵션시장에서 약세포지션을 구축했으나 현물시장에서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 매도압력을 완충시켰고 또 프로그램 매수로 장을 받치려는 의지를 보여주긴 했다.
또 6월말에 접어들면서 투신, 증권 등 제2금융권의 윈도우 드레싱이 다시 하락압력을 완화시켜 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의 불안, 특히 그 핵심에 있는 기업실적 부진, 그리고 서로 얽히면서 시장불신을 야기하는 기업들의 회계 조작 및 불공정한 내부거래, 증권사들의 의혹스런 추천 등 월가의 스캔들이 여전히 마음에서 씻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가가 지난 금요일 연중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9,253.79로 사흘째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도 1,440.96으로 나흘째 하락했다. S&P500지수는 989.14로 1,000선이 붕괴되는 등 지난해 9.11 테러 당시의 질곡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주가가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전망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추세를 돌린다고 말할 수는 없는 얘기다.
현대증권의 정선호 과장은 "미국 시장이 급락세를 지속하고 국내 지지선도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며 "일단 반등할 경우 현금비중을 늘리면서 지수 조정이 견조하게 지지될 수 있는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고되고 있어 시장은 태풍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톰슨퍼스트콜에 따르면 S&P500대 기업의 2/4분기 순익은 고작 0.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4분기에는 17.6%, 4/4분기에는 29.1%나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아직은 먼 얘기다.
아울러 달러/엔 환율이 121엔대로 하락하며 7개월중 최저치 수준으로 다시 급락하고 유로를 비롯한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동의 긴장감도 테러 위협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미국의 주가가 급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오는 25∼26일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경기나 시장여건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이 처음 단행될 시기는 오는 11월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게 최근 월가의 시각이기도 하다.
◆ 증시 자금여건 부진 = 국내의 증시여건도 그다지 좋지는 못하다. 국내 경기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으나 원화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전경련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수출모멘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증시주변자금 동향 역시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현재 고객예탁금이 9조7,000억원대, 투신권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9조2,000억원 수준으로 정체, 증시 체력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상태다.
담배인삼공사, 우리금융 등 공급물량도 지속되고 있다. 갑을, 하이닉스 등 구조조정 관련 기업들의 전환사채 물량 역시 아직 해소되지 않는 등 공급쪽도 무겁다. 코스닥의 보호예수해제종목들도 대기한 상태다.
델타투자자문의 박상현 이사는 "미국 시장 불안에다 신규자금 유입도 별로 없는 상태여서 당분간 무리할 필요가 없다"며 "공기업 민영화 관련 물량이 지속 공급된다면 연기금 등의 물량퇴장에 따른 유통물량 감소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유욱재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750∼760선에서 반등할 타이밍도 맞고 있다"면서 "단기 낙폭과대 종목 중에서 실적호전 우량주를 중심으로 하방경직성에 대한 점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4/4분기에는 설비투자 등이 가시화되며 경기회복 사인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설비투자가 확인되거나 늘어나는 부품이나 기계설비 업종을 중심으로 경기관련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