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곤 경동보일러 대표는 사원으로 입사해 CEO(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순수 경동맨'이다. 침착하면서도 기회를 포착해 밀어붙이는 능력을 오너로부터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1987년 상무시절 네덜란드에서의 일화가 그의 스타일을 대변해 준다. 국제보일러박람회에 참가한 그는 네덜란드의 네피트 파스토란 회사가 콘덴싱 보일러라는 최첨단 제품을 개발한 것을 발견했다. 제품 설명서를 읽고 난후 경동보일러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네피트 파스토 본사를 찾아갔다. 기술이전 요구가 목적이었다. 예상대로 네피트 파스토 경영진은 요구를 단번에 거절했다. 박 상무는 거절할 수 없는 '당근'을 던졌다. 네피트 파스토 생산단가의 절반가격에 제품을 공급해 주겠다는 것. 박 상무의 설명을 조목조목 들은 경영진은 훌륭한 제안이라며 무상 기술이전을 약속했다. 경동보일러가 국내 처음으로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하게 된 출발점은 바로 이때의 '무모한' 협상이었다. 올 연말께 경쟁회사가 같은 종류의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정보에 박 대표는 환영을 표시했다. "경쟁회사가 생겨야 시장이 커질 수 있으며 건전한 경쟁이 있어야만 고품질 제품을 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피력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