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ceo@kab.co.kr 온 국토를 영광과 환희의 장으로 만들었던 이번 월드컵은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준 동시에 여러 가지 시사해 주는 점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사람들을 신바람 나게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신묘한 일들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사실로 보여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어려워만 했던 태극기를 머리에,가슴에,심지어 온몸에 감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낯모르는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그렇게 지키기 힘들었던 질서의식도 자연스럽게 지켜내는가하면 범죄율까지 21% 감소했다니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힌 신기한 일들인가. 그렇다면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열광하고 변하게 한 기폭제는 무엇이었나. 당연히 그것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아닌 당당한 실력으로 입증한 우리 축구의 승전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축구를 세계 수준으로까지 성장시키고 연승가도를 달리게 한 것은 히딩크라는 걸출한 외국인 감독의 힘과 졸지에 붉은 악마가 된 4천7백만 국민 모두의 사력을 다한 성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으로 인해 우리의 인식이 바뀐 것도 많다.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인습적 편견으로 가지고 있던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해소됐다는 점과 그의 독특한 리더십이 비단 축구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분야,또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학연·지연을 완전히 배제한 선수선발,모든 작전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기초체력의 연마,감독을 믿고 따르게 한 조직의 일체감 성취 등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이치를 변함없는 소신과 인내로 성취해낸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국민 모두의 대단합과 결집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신나는 일에 굶주려 있었던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속에서 이번 만큼은 지난 88올림픽의 신바람을 이어가지 못한 회한과 아쉬움을 거울삼아 한 가정의 가장,한 회사의 CEO(최고경영자),정치인,정부 모두가 진지한 자성과 함께 끊임없이 신나는 일들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