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2-0,포르투갈 1-0,이탈리아 2-1,스페인 5-3(승부차기). 한국축구팀이 세계 축구강호를 추풍낙엽처럼 연파하며 이룩한 월드컵 4강신화는 어디에서 비롯 됐을까. "2백50분을 뛰고도 남는 괴력"이라며 세계 축구계가 경악했던 체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체력은 히딩크 감독이 올 3월 처음 도입한 파워프로그램으로 일궈낸 결실. '오대영 감독'이라는 수모를 겪던 히딩크는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의 체력단련을 전담했던 트레이너 베르하이엔 레이몬드를 불러들였다. 과학적 체력강화 프로그램의 세계적 전문가인 레이몬드는 특히 '저승 사자'란 별명만큼이나 혹독한 '셔틀런 테스트'의 대가. 이를 통해 대표팀은 '초단기'훈련으로도 아시아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파워프로그램의 핵심 '셔틀런 테스트'=파워프로그램은 스트레칭과 3대3,5대5 등의 미니축구,패스워크 등으로 이뤄진 복합프로그램. 그러나 이 훈련의 90%이상은 셔틀런 테스트가 좌우한다. 훈련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왕복달리기. 특이한 점은 오디오 카세트나 CD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신호음에 맞춰 20m 구간을 21단계별로 나눠 달리는 것. 횟수가 늘어날수록 신호음도 함께 빨라진다. 처음 1분 동안은 시속 9㎞ 달리기로 시작한다. 이후 1분마다 신호음의 간격이 짧아져 달리기 속도가 0.5㎞씩 단계적으로 빨라진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빨리 뛰는데 반해 중간휴식은 점점 줄어든다. 결국 선수들은 극한 상황에 도달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체력의 한계점을 측정할 수 있다. ◆한국선수들 유럽수준 능가=유럽의 빅리그 프로 축구 선수들은 포지션과 역할에 따라 1백20∼1백80회 정도를 뛰는데 처음 도입할때 한국팀에서는 이 기준을 한명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은 레이몬드의 혹독한 훈련아래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5월 대부분 1백20회 이상의 관문을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한국팀이 유럽킬러로 떠오른데는 이같은 혹독한 체력훈련과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