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수험생 "월드컵 미워요" .. 일부 책놓고 TV앞 '한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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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6년째 사법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김형석씨(가명·33)는 우리나라와 독일간의 월드컵 4강전이 열린 25일 '모험'을 감행했다.
이날 오후 시험을 마친 뒤 고민 끝에 결국 하숙방에서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법조인으로 가는 마지막 과정인 사법시험 2차가 이날부터 시작됐지만 궁금함을 참는 것이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과감히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법시험 2차는 오는 28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김씨는 "내일 시험에 대비해 훑어봐야 할 책이 산더미 같지만 아무래도 공부가 되지 않을 것 같아 TV를 보기로 했다"며 "왜 하필 이런 때 한국팀이 승승장구하는지 한편으로는 히딩크 감독이 야속할 정도"라고 푸념했다.
김씨처럼 사법시험 2차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약 5천명.대부분 3∼4년 이상씩 사법시험 하나를 위해 살아온 이들은 이날 하루 나름대로의 '월드컵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했다.
일부 '용감한' 수험생들은 책을 잠시 덮고 한국팀을 응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평소처럼 도서관이나 고시원을 찾아 공부에 매진했다.
사법시험에 뛰어든 지 7년이 된 이종덕씨(33)는 "지난 폴란드전이나 포르투갈전 때는 몇몇 수험생들과 호프집에 모여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스페인전 때부터는 떠들썩한 신림동 고시촌을 떠나 아예 TV가 없는 학교 도서관으로 공부 장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서울대 도서관에서 만난 변희구씨(32)는 "전국이 축제 분위기인 요즘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