璇樞無停運 선추무정운 四序相錯行 사서상착행 奇言赫曦景 기언혁희경 今日一陰生 금일일음생 -------------------------------------------------------------- 별자리 운행은 멈춤이 없고/일년 사계절이 맞물려 도네/한 여름 햇살 눈이 부셔도/오늘부터 서늘한 기운 돌기 시작한다네 -------------------------------------------------------------- 당 권덕여(權德與)가 하지(夏至)를 읊은 시이다. 하지는 24절기 가운데 하나로 이날이 되면 낮이 가장 길고 상대적으로 밤이 가장 짧다. 그런데 모든 사물은 극도로 흥성하면 그 때부터 기울거나 시들기 시작한다. 시인은 여름의 정점에서 가을의 도래를 예감하는 것이다. "권세는 십년을 가지 못하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權不十年, 花無十日紅)"라는 말도 있다. 흘러가는 세월을 탓만 하지 말고 그 속에 잉태되는 새 생명을 찬미하자. 이병한 < 서울대 명예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