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신화를 창조하고 결승문턱에서 날개를 접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 강호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하며 한국팀을 4강에 올려놓은 그는 이제 세계적인 명장으로 떠올랐다. 몸값도 엄청나게 치솟고 있다. 그런만큼 그를 잡으려는 프로축구팀이나 국가들도 많아졌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거취 발언을 하지 않아 장담할 수 없지만 한국팀을 세계 4강에 올린 그는 한국을 떠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기간 중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나는 국제적인 사람이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한국을 떠날 뜻을 은근히 내비쳤다. 한국을 떠난다면 히딩크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대다수 축구전문가들은 조국 네덜란드나 유럽행을 점치고 있다. 물론 애타게 히딩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아시아국가들도 배제할 수는 없다. 조국 네덜란드는 98년 프랑스월드컵 신화를 다시 재현하자며 그의 귀국을 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히딩크 감독은 PSV 아인트호벤으로부터 정식 감독직 제의를 받았으며 구체적인 계약내용까지 알려지면서 유럽행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 네덜란드 일간지 '알게멘 다그블라트'는 최근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의 기술 감독에 취임하기 위한 전단계로 향후 2년간 수석 트레이너직을 맡는다는 계약을 맺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특히 "히딩크 감독은 지난 3주 동안 아인트호벤 구단 관계자와 협상을 해왔고 다음주 계약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비교적 구체적인 일정까지 덧붙였다. PSV 아인트호벤은 아약스 암스테르담,페예노르트 로테르담과 함께 네덜란드 3대 명문 클럽 중 하나. 히딩크 감독이 85년부터 5년간 감독으로 재임하며 3차례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클럽이다. 히딩크 감독의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이같은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인트호벤과의 계약 여부에 대해서도 "월드컵 개막 전 구단 매니저가 감독직을 제의한 적이 있었을 뿐 월드컵 기간 중에는 누구와도 향후 거취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축구전문가들은 히딩크가 자신의 거취를 조만간 갑작스럽게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히딩크는 98년 프랑스월드컵대회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린 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을 맡았을 때도 월드컵이 완전 끝날 때까지 함구로 일관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전력이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가 더이상 한국에 잔류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 따라서 그에 대한 절대적인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한국민들의 섭섭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