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이 축구 명가로의 화려한 부활을 선포했다. 독일은 25일 "아시아축구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남은 한국의 붉은 열풍을 잠재우고 12년만에 결승에 진출,통산 4번째 우승컵에 도전하게 됐다. 초반부터 프랑스,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잇따라 탈락하고 본선 2라운드에서 파라과이,미국 등 한 수 아래의 팀들을 만나는 대진운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개막전 "16강 이상은 어렵다"던 국내외의 혹평을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로 보기좋게 뒤집은 셈이다. 독일의 결승행은 이번이 7번째. 54년 스위스대회에서 첫 정상에 오른 뒤 74년 서독대회,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우승컵을 포옹,역대 최다우승국인 브라질(4회)에 이어 이탈리아와 함께 통산 타이틀 3회의 명예를 갖고 있다. 브라질 터키전 승자와 우승컵을 다툴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을 거머쥘 경우 브라질과 최다 우승국의 대열에 함께 서게 된다. 66년 잉글랜드,82년 스페인,86년 멕시코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3위에만도 2차례 이름을 올렸다. 독일은 90년 이탈리아대회 우승 이후 8강에서 거푸 주저앉은데 이어 이 대회 지역예선에서 4승2무로 승승장구하다 잉글랜드에 발목이 잡혀 우크라이나와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등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에 8골의 골폭죽을 터트리며 기세좋게 1승을 챙긴뒤 아일랜드와 1-1로 무승부를 기록, 주춤하는 듯 했지만 마지막 카메룬을 2-0으로 물리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는 칠라베르트가 버티는 파라과이를 맞아 종료직전 노이빌레의 골로 제압했고 8강에서는 미국에 시종 밀리다가 발라크의 결승 헤딩골로 승리를 따냈다. 지난 두 경기에서 연장접전을 치르며 체력이 크게 떨어진 한국과의 4강전은 독일의 힘과 높이, 탄탄하면서 효율적인 수비를 재확인케 해줬다. 독일 전력의 핵심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칸,발라크가 지배하는 중원,클로세와 비어호프의 위협적인 헤딩슛. 과연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 발굴된 클로제 등 새내기 스타를 앞세워 2006년 자국에서 열리는 18회 월드컵을 앞두고 4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오는 30일 요코하마에서 보여줄 힘찬 전차군단의 진군이 기대된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