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PL시대] 기업들, 내달 시행 앞두고 총력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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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 책임(PL.Product Liability)법 시행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PL법은 국내 기업들에 제품결함 관련 손해배상 등의 부담을 안겨줄 수 있으나 품질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줄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내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생산현장에서는 품질관리와 제품의 안전성을 제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소비자와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업종별로 PL관련 센터나 상담실, 분쟁조정기구를 속속 설립하거나 개설하고 있다.
PL법이 기업에 미치는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의 다우코닝사가 전형적인 예다.
세계 최대 실리콘겔 생산업체였지만 PL 소송을 당해 지난 95년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을 정도다.
이 회사의 실리콘을 삽입, 유방 확대 수술을 받은 소비자들이 부작용이 나타나자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모두 32억달러를 지급하는 부담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에 PL법을 도입한 일본은 1년 후 PL 관련 손해배상 신고건수가 87.7%나 늘었다.
국내에선 대기업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PL법을 일찍 도입한 외국의 품질 및 안전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 수출해 온 경험이 있고 손해배상 비용 부담이 중소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적다.
중소기업들이 PL법 시행에 바짝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PL단체보험(개별보험 가입 제외)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2백88개사, 4백3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L법 자체에 대한 인식도도 낮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5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 2백7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1%가 전문인력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사내 전담조직을 구성했다고 답한 업체는 0.7%였다.
특히 사소한 결함이 자칫 인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자동차 엘리베이터 식품 등 일반소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다.
제품설명서 경고라벨 안전표시 부착 등에서부터 제품기획 설계 생산 판매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이고 전부문에 걸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철강 PVC 등 일반 소비제품의 소재를 만드는 기업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제일제당은 밀가루 제품을 농약이나 화학약품 등으로 오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제품포장에 '화학약품, 농약, 세제류 등 흰색 분말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라는 문구를 넣을 계획이다.
농심은 냄비 등에 끓여 먹는 봉지면 포장지에 '조리시 안전사고에 주의하세요'라는 문구를, 끓인 물을 부어 먹는 용기면에는 '물이 뜨거우므로 화상에 주의하세요'라고 표시하기로 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산하에 PL분쟁 해결 업무를 담당할 PL상담센터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센터는 자동차를 제외한 기계제품에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상담하고 해결하는 기구로 소비자 및 업종별 단체, 학계, 법조계 등의 전문가들이 자문.기술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면 PL시대가 도래하면서 보험회사들은 PL보험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당장 PL보험시장 규모는 연간 6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 도입 5년내에는 3천억원 규모로 급격히 불어날 전망이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PL법시대 기업 7계명'을 제시했다.
7계명은 전사적 차원에서 소비자 안전을 추구하라 소송에 대비해 모든 PL 대응활동을 문서화하라 완성품업체는 협력업체의 PL 대응도 지원하라 초동 대응하라, 그러나 무작정 합의나 은폐가 능사는 아니다 PL보험을 맹신말라, 품질강화가 먼저다 업계 공동의 PL 대응책을 모색하라 평소에 안전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아두라 등이다.
기업들은 PL시대를 두려워하기보다 제품 및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킬 호기로 삼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게 그의 조언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