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안경테 지키는 '남대문 巨商' .. 권정희 <대광안경상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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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을 타고 회현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오면 남대문 시장 입구에 곧바로 대광 상사라고 보여요"
국산 안경테 도매로 국내 1~2위라는 권정희(46) 대광안경상사 사장은 자신의 가게 위치를 이렇게 알려줬다.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곧바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눈을 크게 떠야 보일만한 간판을 찾아 들어선 매장은 작고 한산했다.
전시장으로 쓰는 3층과 5층 창고를 합쳐 실평수 28평 남짓.
하지만 실속은 잘 나가는 중소기업 부럽지 않다.
이곳에서 안경테를 공급받는 동네 안경점이 무려 2천개를 넘는다.
모델에 따라선 거래물량이 한달에 수만개를 넘기도 한다.
독점 거래하는 생산공장수만도 10곳.
권 사장은 이 업계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으로 손꼽힌다.
"오후 4시면 영업이 끝나는데 약속을 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점심때 불쑥 전화하고 저녁때 찾아간 기자를 그는 그래도 웃는 얼굴로 반겨줬다.
권 사장은 이민이나 이직을 택하지 않고 남대문에 남은 몇 안되는 안경업계 붙박이 멤버다.
1983년 시동생 가게를 넘겨받은 게 사업인생의 출발이었다.
그는 "직업군인인 남편을 따라 다니지 않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서울에 머무를 기반을 갖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5백30만원을 빌려 인수한 1평짜리 사업장이 이만큼 커졌으니 성공한 셈이라고 미소짓는다.
"국내 안경 공장이나 소매점에서 대광을 모르는 곳이 없고 우리 제품이 기능이나 디자인에서 남들보다 앞서가기 때문"이란다.
그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96년 찾아온 유방암 선고.
임파선 전이로 지금도 한쪽 팔이 두배 쯤 부은 상태로 병원에 다닌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만큼 담담하게 받아들였는데 의사선생님이 살다보면 비바람도 불고 폭풍도 오니까 이 고비를 잘 넘기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가 투병한 3년간 사장 자리가 비어있던 대광상사는 외환위기가 겹쳐 존폐의 위기를 겪었다.
소생한 계기는 99년 부러지지 않는 뿔테 '폴리플렉스'의 출시.
'부러지지 않는 테' 시장을 개척하면서 업계를 리드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 란체티를 시작으로 미치코런던 카라 제임스딘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국산테에 해외 브랜드를 도입했다.
지난해부터는 연예인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그의 매장엔 탤런트 조재현,그룹 핑클 등이 대광이 협찬한 선글래스를 쓰고 찍은 사진이 잔뜩 붙어있다.
9월부터는 '향기나는 철'을 개발한 에스엠 아로마와 계약,향기나는 안경을 선보인다.
"왜 운이라고들 말하는 사람 있잖아요.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신문 기사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내 사업과 어떻게 접목시키나 고민하면서 머리를 굴리고 남들보다 부지런히 일했다고 생각합니다.내가 받을 자격이 없으면 운이 오다가도 스쳐 지나가는 거지요."
어려움은 지금도 겹겹이 쌓여있다.
대형 백화점들이 수입 브랜드를 대거 들여와 지난해부터 아예 국산테를 팔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취향이 명품에 치우쳐 있는 것.
권 사장은 "수입테에 비해 국산테 디자인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데 고가 브랜드만 좋아하는 추세는 답답하다"며 "국산테 메이커들은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한편 기능성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3년안에 안경 도매 전문 상가를 차리고 그만의 독자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글=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