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가 독일인들을 감동시켰다. 지난 25일 두 자녀들과 함께 한국과 독일전을 지켜봤던 헬무트 보브카씨(44)는 26일 "우리 팀이 이겨 기분이 최고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걱정도 없지 않았다"며 "자국팀이 지고도 독일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붉은악마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경기장을 꽉 메운 붉은악마들이 혹시라도 시합에 진 분풀이를 우리에게 하지나 않을까 우려했다"며 "하지만 이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웃는 모습으로 축하해주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자고 제의해와 내 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웠다"고 미안해했다. 경기장 전체가 붉게 물들었던 25일 한 구석에서 자국팀을 응원했던 독일인들은 승리를 자축하기에 앞서 아쉽게 지고서도 의연하게 대처한 붉은악마들과 한국 축구팬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직장 동료와 함께 한-독전을 관전했던 페터 몸바우어씨(34)는 "축구장에 많이 가봤지만 경기가 끝난 뒤 한국처럼 멋진 분위기는 느껴보지 못했다"며 "붉은악마들의 매너가 정말 좋았고 승리와 축제를 함께 누리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루디 포일러 감독의 별명이 적힌 독일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독일응원가를 부르던 게오르그 호이프틀링씨(36)는 "일본에서 한국까지 독일팀의 경기를 대부분 지켜봤지만 이처럼 신났던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던 하이케 마이어양(19)은 "한국팀의 승리를 정열적으로 응원하다가도 일단 패배하자 이들을 격려하고 상대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붉은악마들의 모습은 응원 문화면에서도 선진국다운 것이었다"고 극찬했다. 한국생활 10년째인 독일어 교사 하우란트씨(46)는 "한국인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에서 벗어나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것이 놀라웠고, 한국인들이 아깝게 지고서도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감탄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