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구장사후활용'을 놓고 지자체들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상암구장의 할인점 영화관 등은 내년 5월 개장인 데도 벌써 문의전화가 미어터질 정도로 '인기 캡'이다. 서울시가 상암구장 부근에 첨단정보도시개발 등을 구체화했고 난지도공원도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등 상권조성이 급진전되고 있기 때문. 부산도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어 당장 씨름을 하지 않아도 되고 상권조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시측은 보고 있다. 이외의 도시들은 폭발적인 월드컵 열기에 힘입은 향후 마케팅효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고민중이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건설비 회수는 고사하고 유지관리에만 매년 수억원씩 적자를 각오해야 하는 형편에다 아직 경기장 관리.운영주체를 선정하지 못한 곳도 있다. 신화를 이룬 경기장들이 자칫하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경기장 지하에 자동차극장 쇼핑몰 리셉션홀 일반음식점 야외예식장 골프연습장 등 위락시설을 운영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민간사업자를 모집했으나 자동차극장을 제외하곤 희망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당황하고 있다. 대전시도 경기장 시설 민간위탁을 위한 투자설명회를 세차례나 열고 지난해 말 입찰공고를 냈으나 희망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서귀포시는 당초 경기장 개발 계약을 체결한 미국계 회사인 지텍사가 자금부족을 이유로 사업추진을 포기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월드컵경기장을 짓는데 모두 1천1백25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수익사업은 커녕 연간 16억∼18억원이 들어가는 관리비 문제로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인천의 경우 지역 연고 프로축구단이 없어 5만2백56석을 갖춘 초대형 월드컵경기장이 '이벤트 행사장' 수준으로 전락할 처지다. 광주시는 그나마 지난 4월 '상무 불사조'를 연고팀으로 끌어들여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축구단의 인지도가 떨어져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게 현지 분위기다. 이들 도시는 "축구와 축구관련 축제를 범정부차원에서 부흥시키는 특별대책이 나오거나 '붉은 악마' 등이 주도하는 시민운동차원의 '축구장살리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