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트리플동조화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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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가가 미국발 악재와 국내 수급 악화로 폭락했다.
달러 환율과 금리도 급락, 미국을 진원지로 하는 불확실성이 '트리플 약세'로 현상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리스크 동조화가 퍼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6일 전날보다 54.05포인트, 7.15% 급락하며 701.87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56.63으로 5.25포인트, 8.48% 급락, 전날 61.88 이래 다시 연중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지난해 9.11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이후 최대의 하락률과 하락폭을 기록했다. 하락종목도 거래소가 788개로 연중최대, 코스닥은 771개로 사상 최대였다.
달러/원 환율은 1,203.90원으로 하락,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2월 14일 1,202.00원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5.52%로 지난해 11월 14일 5.25%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았다.
아시아주가도 모두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4% 이상 급락하며 10,000선 지지가 주목되고 있으며 대만의 가권지수와 홍콩의 항생지수 등도 연중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처럼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가가 급락한 것은 미국의 분식회계 문제가 다시 드러난 데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기다려왔던 첨단기술주 등 미국들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가 견조한 상태이나 대외불확실성이 얼마나 증폭될 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월중 수출 증가율이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되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 등 금융요인이 국내 실물경제의 견조함에 어느정도 악영향을 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특히 미국 시장이 지난 9.11 테러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반등력을 회복할 수 있을 지, 더 나아가 반등력이 추세를 전환시킬 수 있는지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6월말 결산을 앞두고 은행권 등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국채 등을 편입하는 자산배분(Asset allocation) 조정, 투신사 등 기관의 손절매 물량 출회 등 수급 악화가 진정될 때까지 보수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 미국 시장 안정이 우선 = 시장에서는 월드컴의 분식회계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의 실적 악화가 나스닥 선물 급락을 몰고 오며 국내와 아시아 주가가 급락했다고 진단했다.
올들어 엔론 사태 이후 투자자의 의혹이 증폭된 가운데 월드컴이 다시 회계조작으로 실적을 '뻥튀기'했다 들통났다. 첨단주의 대표주자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 3∼5월중 주당 4센트의 순손실을 기록, 순이익 기대를 저버렸다.
그러면서 이같은 분식회계로 인한 시장 불신의 증폭, 실적 악화 등 펀더멘털 약화 사태가 지속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106.4로 전달 110.3보다 낮아지는 등 6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경계심을 낳고 있다. 경기회복의 시그널로 인식된 금리인상 시기는 연말께로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주가 약세와 함께 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금리 역시 경기회복 속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낙폭을 다시 키우는 등 금융시장이 국내외 할 것 없이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의 선순환 고리가 깨지면서 '트리플 약세'가 국제 금융시장에 동조화되고 있는 셈이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시장이 실적 부진과 분식회계, 경기회복 지연, 달러 약세 등 상황이 복잡해지며 더블딥의 우려감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혼란상이 펀더멘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국내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 팀장은 "국내 경제가 견조해 저가 매수를 권하고 싶으나 일단 해외 불확실성의 영향력이 큰 만큼 3/4분기 이후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소한 단기적으로 냉정하게 미국시장의 안정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의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이 예상되고 하반기 중 세계경기는 전반적으로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미국의 성장둔화요인은 중화권 경게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상쇄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팀장은 조정 이후 하반기 증시 모멘텀 변수로 △ 미국증시의 바닥권 확인 여부 △ 국내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결과 와 3/4분기 실적 기대 △ 충분한 주가 조정 여부로 꼽았다.
◆ 달러화 약세 재부상 = 달러 환율은 지난주 미국의 무역적자가 11년만에 최대로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래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 다시 급락, 국내 수출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키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20엔대로 급락하며 7개월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 정부가 여섯 번째 달러 매수 직개입에 나서면서 120엔 지지가 주목되고 있다. 유로/달러는 이번주 유로당 1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달러/원 환율은 1,210원이 붕괴되며 1,200원대 초반으로 하락, 지난 2000년 12월 14일 1,202.00원 이래 18개월 보름여 기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당국이 달러 매수 직개입을 했고 한국 정부 당국도 달러 급락 사태에 대해 경계감을 표시하며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산업자원부는 6월중 수출 증가율이 달러 약세와 월드컵 등에 따라 1% 수준으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달러 약세로 인한 악영향 등에 대해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제 금융가에서는 △ 미국의 경상적자 누증 △ 해외투자자들의 달러자산 매도욕구 증대 △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유보 등을 거론하면서 달러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와 시장 불안이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주가 하락과 경기회복 둔화를 감안, 26일 종료되는 6월중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의 경우 미국처럼 자본수지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라 '수출 등에 따른 무역수지'를 경제의 근간으로 하고 있는 나라이고, 한국 등도 이런 범주에 들어 달러 약세를 무작정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달러 매수 직개입이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논평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의 의지를 간접 지원하고 있음이 시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달러 약세에 대해 원론적이지만 '시장 자율'을 선언, 미국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G8 정상회담에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하던 중 "환율은 시장세력과 경제여건에 의해 결정된다"며 "달러화가 시장의 힘에 의해 적정 환율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고 언급, 달러화 매도를 부추겼다.
이런 발언이 전해지면서 일본 정부의 개입이 추세를 전환시킬 수 있느냐는 회의감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펀더멘털 약화와 함께 정책 의지가 없는 상황이고, 일본과 한국은 모두 월말을 맞아 수출 네고 시기를 맞은 것도 경계감을 주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월드컴 문제→뉴욕 증시 폭락→달러화 약세→국내 주식·외환시장 등으로 파장이 이어졌다"며 "일본 당국의 개입 효과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밤새 달러/엔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가운데 1,200원 붕괴 여부가 테스트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개입도 말로는 먹히지 않고 있는 것 같고 월말 네고를 감안할 때 약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