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꿈같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해 맥주 맛이 절로 난다. 성적이 안 좋았으면 씁쓸한 맥주를 마실 뻔했다. 미국인들은 자기집 소파에 앉아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스포츠중계를 볼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는 반대로 밖에서 마시는 스타일이다. 집에서 보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안나는 탓도 있지만 생맥주를 마실 수 없다는 것과 안주가 부실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안주가 좋은 집을 소개한다. ◇동표골뱅이(용산전자상가 원효상가 뒤편·02-714-2077)=골뱅이는 한때 크게 유행했던 맥주안주다. 골뱅이의 정식명칭은 고둥이다. 동해안 청정해역에서 많이 잡히는데 겨울부터 산란기가 시작되기 전인 늦은 봄까지가 먹기에 제격이다. 골뱅이는 삶아먹거나 구워먹기도 하는데 생맥주집에서는 대부분 삶은 것을 쓴다. 골뱅이가 맥주안주로 처음 등장한 것은 30여년 정도 된다. 골뱅이 파무침은 구멍가게 앞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시던 사람들의 즉석안주에서 비롯됐는데 지금은 을지로를 중심으로 서울일대의 전문점만 수백곳이 넘는다. 골뱅이파무침은 전문점마다 맛의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서비스 좋고 질 좋은 골뱅이를 쓰는 집을 이용해야 한다. 그곳이 바로 동표골뱅이집이다. 국내산 골뱅이통조림 상표를 그대로 상호로 정해 무성의한 느낌이 들지만 알고보면 의외로 괜찮은 집이다. 다른 집들이 맥주를 많이 팔려는 의도에서 골뱅이를 맵고 짭짤하게 무쳐주는데 반해 이 집은 그렇지 않다. 서비스로 주는 계란말이도 충실하고 맥주잔을 얼렸다 주는 세심한 배려도 발길을 닿게 한다. 이 집에서는 골뱅이를 따로 달라고 하면 파무침 따로,골뱅이 따로 준다. 특등급 골뱅이는 따로 먹어야 골뱅이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신강(신촌 먹자거리·02-363-2688)=중국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양고기 꼬치구이를 파는 집이다. 양고기 꼬치구이는 쇠꼬챙이에 깍두기 크기로 자른 양고기를 너댓 조각 꽂아서 구운 다음 고춧가루 소금 향신료를 섞은 양념에 찍어먹는다. 지극히 단순하고 원초적인 음식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맛있다. 1주일에 한번 정도 먹지 않으면 자꾸 생각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이는 양념에 들어가는 즈란이라는 향신료 때문이다. 처음에는 강한 향 때문에 먹기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점점 입맛을 당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구로공단 주변에도 조선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양고기 꼬치구이 집이 많이 있다. ◇비어 서커스(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02-515-9595)=세계 각국의 다양한 안주성 음식을 먹으며 맥주를 마시는 대형 레스토랑이다. 이 집 생맥주맛은 주당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생맥주맛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간단하다. 운반할 때부터 서빙까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또 생맥주 연결관을 가끔 세척해준다. 이 집은 요리도 다양해 양식으로부터 시작해 일식 중식 아랍 아프리카 요리까지도 내놓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긴 소시지와 김치볶음밥을 김으로 싸 폭탄모양으로 만든 폭탄주먹밥을 최초로 히트시킨 집이다. 피자와 샐러드도 수준급이어서 한번 맛을 본 사람은 자주 찾는다고 한다. 샐러드는 싱싱한 재료를 사용해 맛을 돋운다. 최고급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 샐러드를 먹을 수 있는 곳도 흔치 않다. <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 PD choijs@m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