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9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손실분을 향후 25년간 재정과 금융권이 5대2의 비율로 전액 상환키로 함에 따라 국가부채 증가는물론, 재정 건전기조 유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의 공적자금 상환대책은 공적자금으로 인한 부담을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고 현세대에서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에 근거하고 있어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일반회계 적자보전용 국채발행을 중단하고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재정당국으로서는 고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기획예산처는 상환대책을 마련한 재정경제부와 협의 과정에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재정분담에 앞선 금융권의 우선 분담을 강력히 촉구, 협의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승우(張丞玗)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외부 특강에서 "공적자금 손실분은 재정과 금융, 현세대와 미래세대간에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하되 공평부담의 원칙에따라 금융부문이 우선적으로 분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금융부문의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를 방지하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개선해 국민경제 발전에 적극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과 금융권의 분담비율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각 금융기관들도 예금보험 특별보험료 부과에 대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내달 정부안이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채로 전환된 공적자금 69조원중 재정분담분인 49조원의 원리금을 25년이내에 상환하려면 일반회계에서 매년 2조원(현재가치 기준)수준의 전입금이 필요할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작년 국내총생산(GDP)규모인 545조원의 0.37%, 올해 112조원인 재정규모대비로는 1.79%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번 상환대책에서 재정부담과 관련, 일부에서 제기된 법인세율 인상이나 특별세 신설 등의 대책을 배제하고 조세감면 축소와 재정지출 감축을 통해 분담분을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재정분담분 49조원중 절반인 24조5천억원은 세수 증대를 통해 이자소득자와 기업 등이 부담토록 하고 나머지 24조5천억원은 세출 절감을 통해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획예산처는 예보채 등의 국채전환에 따라 그동안 공적자금 이자 지급을 위해재정융자특별회계(재특)에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에 지원해온 무이자 융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게됨에 따라 연간 3조7천억원에 달하는 일반회계의 재특 지원규모가 줄어 재원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특 지원규모가 1조원 이하로 줄어들면 차액인 2조7천억원 만큼 매년 일반회계의 세출 감축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예산처는 그러나 내년 세수여건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균형재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의 엄정한 관리를 통한 세출 감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 필요에 따라 추진된 국고지원사업을 축소 또는 중단하고일반행정경비와 행사성 경비 등의 절약노력을 강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GDP가 600조원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 있고 이를 통해 국가신인도도 올라간 만큼 재정의 일정한 손실분담은 불가피하다"면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적자금 상환재원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