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통신망 사용에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는 27일 '서해교전'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PC통신망에 올렸던 김모씨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에 관해 전기통신을 금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 조항에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와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 불명확하고 애매하며 헌법상의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라는 개념과 동어 반복이라고 할 정도로 구체화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조항은 불온통신 개념의 추상성으로 인해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규제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등 행정 입법자에게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등 각종 전기통신 매체에 올려진 게시물 내용을 제약하는 데 법적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와 시행령 제16조는 규제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청구인 김씨는 지난 99년 6월 서해안에서 벌어진 남북간 총격전과 관련,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PC통신망에 올렸다가 정보통신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글이 삭제되고 통신망 이용이 1개월간 중지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