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악몽은 되풀이하지 않는다.' 브라질 4인방이 이를 악물었다. 98 프랑스월드컵에 나섰던 호나우두,히바우두,카푸,카를루스.이들은 당시 통산 다섯번째 월드컵을 가져올 것이라는 브라질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결승전에서 졸전 끝에 프랑스에 0-3으로 완패했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이들의 부진은 축구팬들을 실망시키고도 남았다. 브라질 내에서는 힐난이 끊이지 않았었다. 대회 전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꼽힌 호나우두는 준결승까지 4골을 뽑으며 브라질 공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의 득점포는 결승전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선 상황에서도 득점에 실패,이름값을 못했다. 복통과 두통으로 약을 먹었다는 그의 설명은 비겁한 변명으로 치부되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호나우두의 시대는 끝났다는 힐책도 나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월드컵 이후 갖가지 부상에 시달리며 긴 공백기간을 갖기도 했다. 호나우두에게 이번 독일과의 결승전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특히 6골로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에 올라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는 평이다. '왼발의 마술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히바우두 역시 4년 전 프랑스와의 결승전 이후 도마에 올랐다. 상대방의 압박에 힘 한번 못쓰고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자 '히바우두 거품론'이 쏟아지기도 했다. 돌파력과 스피드가 뛰어난 카푸는 당시 프랑스의 강력한 대인마크에 걸려 제 역할을 못했다. 카를루스도 후반 반짝 공격을 주도했지만 결승전 직전까지 보여준 날카로움을 잃었다. 카푸와 카를루스의 부진으로 브라질은 특유의 활기찬 윙백 플레이를 상실,경기 내내 득점 찬스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들 4인방은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훨씬 원숙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또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브라질 전력의 핵이다. 절치부심하고 있는 이들 4인방이 4년 전의 악몽을 떨치고 조국 브라질에 다섯번째 우승컵을 안겨줄지 두고 볼 일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