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공적자금 상환대책에서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한 공적자금 손실액 69조원중 49조원을 일반 재정에서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말 기준가치로 매년 2조원씩 25년간 계속 투입하면 공적자금 손실분중 49조원을 재정에서 상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재정에서 갚아야 할 49조원은 정부의 재정능력에 비춰볼 때 버거울 수 밖에 없는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거둬들인 소득세(18조6천억원)와 법인세(16조9천억원)를 합친 금액보다 훨씬 많고,전체 국세 수입 95조8천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연간 이자율을 6%로 계산하더라도 내년에 갚아야 할 이자만 2조9천4백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선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17조원(현재가치 11조3천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영선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장은 "오는 2006년 7월까지 경유와 LPG에 부과되는 세금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에너지세제가 바뀐다"며 "2004년부터 매년 추가로 들어오는 세수 증대분을 공적자금 손실보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계획은 지난 2000년 말 에너지세제 개편 당시 정부가 발표했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당시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더 걷는 세금은 국민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실제로 2003년까지 더 걷힐 에너지관련 세금 1조8천억원 중 5천억원을 버스 등 에너지관련 운수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쓰기로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는 에너지세제 개편에 따라 추가로 유입될 세금 17조원(2011년까지)이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된다. 세금 사용처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조세감면 축소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14조2천억원이던 조세감면세액 중 일부(약 8%)를 2004년부터 세금으로 징수하기 위해서는 올해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껏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재경부는 이달 말 만기인 임시설비투자 세액공제를 연말까지로 이미 연기했다. 자동차 특소세율 한시인하 조치도 8월까지로 연장했다. 조세감면 축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세출 감축 계획은 '사실상의 무계획'이다. 25년간 24조5천억원을 상환하겠다는 말만 있을 뿐 언제 얼마씩 재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예산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하게 지출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계획을 짜는 것은 곤란하다"며 "지금으로서는 확정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