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연평도 부근 해역에서 발생한 남북 해군의 교전 사태는 교전 발발 상황에서 양측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측면에서 1999년 6월 15일 발발한 교전 사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99년 교전때는 북한 경비정이 격침되고 상당수의 사상자를 내 우리측이 "완승"한 반면 이번 경우는 북한 경비정의 기습 선제 공격으로 우리측이 큰 피해를 당했다. 99년 교전 때 북측에서 어뢰정 1척 격침,경비정 5척 대파 등의 타격을 받았으며 최소 1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고 우리군에서는 초계함 1척과 고속정 4척이 일부 파손되고 7명이 경미한 부상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측 고속정 1척이 기습 포격을 받아 예인중 침몰하면서 전사 4명,실종 1명,부상 20명 등 승조원 전원이 피해를 당한 반면 북한군은 경비정 1척이 화염에 휩싸인 채 북측으로 되돌아간 정도다. 6월달에 발생했고 북측의 선제 공격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 교전 상황과 시간에서도 두 경우는 판이하다. 99년의 경우 남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9일째 대치 상황을 이어가며 서로 "준비된 상태"에서 북측의 기관포 공격으로 교전이 발발,단 5분간 전투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제 교전 상황은 20여분간이었지만 북측의 기습 선제사격에 우리 해군의 고속정 1척이 조타실을 맞아 큰 피해를 당하는 등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한 순식간의 "돌발사태"였다. 특히 올들어 북한 경비정 등이 11차례에 걸쳐 조업어선 단속 과정에서 NLL을 침범했으나 해군 고속정이 대응 출동하면 곧바로 되돌아가는 등 특이한 동향을 보이지 않아 우리 군에서 NLL 침범 사례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에서도 최근 상황과는 다르게 북한 경비정이 기습적으로 도발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긴장하는 등 99년 교전때와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