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교전을 일으킨 북한측의 의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시기적으로 지난 99년 연평해전 때처럼 꽃게잡이철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꽃게잡이 어선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보통 북한 경비정이 꽃게잡이 어선으로부터 2~3마일 떨어져 경계하느라 북방한계선을 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측의 의도적인 도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북한 군부 등이 다분히 "고의성"을 갖고 일으켰을 가능성도 높다는 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북한 군부는 지난 99년 6월 연평해전에서의 "참패"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그동안 서해함대의 군사력과 해상기동훈련을 강화해왔다.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남측의 수차례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선제사격을 가해 우리 해군에 큰 피해를 입힌 사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북측 내부적으로 3년전 연평해전때 실패를 거울 삼아 한층 강화된 교전수칙이나 대응 기준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해 교전상황을 브리핑한 이상희 합참 작전본부장도 "중요한 것은 적의 선제공격으로 우리에게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며 그것은 적(의 공격)이 상당한 의도성을 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이 서해 NLL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문제삼고 있는 사실로 미뤄볼 때 NLL문제를 또 다시 이슈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99년 9월 "특별보도"를 통해 NLL을 무효화하고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해상경계선"을 그어 그 북쪽 지역을 인민군 군사통제수역으로 설정한다고 선포한 바 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특사 방북이후 잠시 남북대화에 나섰지만 최성홍 장관의 방미시 발언과 금강산댐 등을 문제삼아 남북관계의 진전을 마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관계 역시 최근 "고위급 대화" 재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18개월째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일 중앙방송을 통해 미국이 서해상에서 남한과 합동 함대기동훈련을 벌인 것에 대해 "미제가 우리를 힘으로 압살할 기도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월드컵대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한국전 등 월드컵 주요 경기를 북한 주민들에게 녹화중계해주는 등 월드컵 대회에 호의를 보여왔다. 하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전세계 언론이 한반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정치적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