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두번 번쩍거리다 바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 올랐어요" 29일 오전 서해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조업하다 남북교전 상황을 4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지켜 본 인천시 옹진군 소속 130t급 어업지도선 선장 김종운(51)씨는 "당시 해상의 시정이 좋지 않아 어떤 함정이 피격됐는지 정확히 볼 순 없었지만 함정에서 검은 연기가 솟았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 선장은 "교전 발발 시간은 국방부가 발표한 것 처럼 10시 25분쯤으로 기억한다"며 "간헐적으로 "땅땅"하는 총소리와 "꽝꽝"하는 포성이 뒤섞여 30~40분간 교전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선들을 빨리 철수시키느라 정신이 없어 함정 몇척이 얼마나 서로 교전했는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지도요원이 승선한 지도선은 해군 함정과 함께 연평도 서쪽 10마일 조업해상에서 이날 꽃게잡이에 나선 어선 57척에 대한 어업지도를 폈다. 그러나 오전 8시께 해군으로부터 어선을 철수시키라는 긴급 연락을 받고 전 어선에 철수명령을 내렸다. 어선들은 이날 오전 6~7시 연평도 당섬 선착장을 떠나 1시간 가량 항해한 뒤 조업구역에 도착, 꽃게 그물을 들어 올리려던 중이었다. 일부 어선들은 바로 철수했으나 일부는 꽃게 한마리라도 더 잡으려는 마음에 조업 재개를 기대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북한 함정의 지나친 남하 또는 기상 악화로 종종 중도에 철수하는 경우가 있는데다 북한 함정이 곧바로 돌아가는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남북 해군은 지난 99년 6월 "연평해전" 이후 3년간 서해상의 평화를 깨고 무력 충돌하고 말았다. 어선들은 오전 10시~오후 1시 모두 무사히 당섬으로 돌아왔으나 어민들은 상당기간 조업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김 선장은 "만의 하나 우리 어선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두 안전하게 돌아와 다행스럽다"면서 "하루속히 남북한 관계가 정상화돼 조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