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졌지만 4강신화를 이루기에 충분한 실력이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월드컵 터키와의 3.4위전에서 막판 투혼을 불태우며 역전을 노렸으나 아깝게 2-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국은 이날 경기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어이없는 실점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예고했다. 경기시작한지 11초쯤 지났을까. 백패스로 공을 넘겨받은 홍명보가 주춤거리는 사이 터키의 일한 만시즈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공을 빼앗아 최전방의 하칸 슈퀴르에 연결했고 슈퀴르는 달려나오는 이운재를 제치고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월드컵사상 가장 빨리 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9분 바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터키 문전 약 25m 지점에서 상대의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이을용이 직접 슛으로 연결,터키의 골네트를 갈랐다. 독일의 올리버 칸과 함께 세계최고 수문장중 한명인 터키 GK 뤼슈티도 꼼짝 못할 정도로 완벽한 골이었다. 동점을 만든 후 한국은 더욱 거세게 터키를 몰아부쳤지만 수비에서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터키에 2번째 골을 내주고 말았다. 13분 슈퀴르가 미드필드로부터 공을 넘겨받아 만시즈와 1대1 패스를 주고받다 페널티지역으로 달려오는 만시즈에게 다시 패스했다. 만시즈는 무인지경에서 왼발로 가볍게 차 넣으며 한국의 골네트를 갈랐다. 세번째 골도 터키의 공격투톱인 만시즈와 슈퀴르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전반 32분 이운재가 골킥한 볼을 센터서클 앞에서 슈퀴르가 수비수를 제치고 헤딩으로 차단한 뒤 만시즈에게 연결했다. 만시즈는 문전으로 드리블하며 파고 들면서 최종수비수 이민성을 제친 뒤 이운재가 나오는 순간 오른발로 가볍게 찍어차 텅빈 골문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한국은 그러나 실점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불꽃같은 투혼으로 터키에 대한 총반격에 나섰다. 한국은 특히 후반 34분 최태욱을 투입하면서 공격의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거의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쉴새없이 터키 골문을 공략하던 한국은 경기 종료직전 송종국이 중거리슛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날 터키는 특유의 강한 체력과 미드필드에서부터의 압박으로 한국팀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특히 그동안 1골도 못뽑으며 침묵했던 터키의 특급골잡이 슈퀴르는 1득점.2도움으로 오랜만에 이름값을 해냈다. 터키의 GK 뤼슈티도 여러차례 한국의 득점찬스를 무산시키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