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제조물책임)법은 자칫 기업의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PL법은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다." PL법과 기업의 연구개발간 상관관계를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7월1일부터 PL법이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기까지 약 2년6개월이라는, 이미 PL법이 시행되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해도 길었으면 길었지 결코 짧지 않은 유예기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사전대응을 해왔다는 기업들마저 'PL법의 위협'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무방비 상태라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L법과 우리 기업들의 연구개발간 상관관계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큰 관심거리다. PL법이 우리 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에 새로운 기회를 더 많이 창출할 것이라고 보는 쪽은 이렇다. PL법에서의 3가지 제품결함, 즉 설계결함, 제조결함, 그리고 경고 및 표시의 결함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설계결함이라는데 주목한다. 따라서 PL법에는 설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연구개발 부문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설계부문에 주목하고,기술적 대안의 비교에서 안전이라는 핵심적 기준을 고려하면서 기업의 연구개발 콘텐츠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이뿐이 아니다. 선진기업들의 추세라고 할 '고객친화적 연구개발'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 행태나 사용환경 등에 대한 정보가 긴요해지면서 연구개발과 타부문간 소통의 벽이 허물어지고,연구개발과 고객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대폭 확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우려도 있다. 기업들이 배상책임이 과도하다고 여기거나, 빈발하는 소송에 시달리면 자칫 기업들의 신기술ㆍ신제품 개발이 크게 위축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약ㆍ의약업종에서는 그런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업종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적지 않은 투자규모와 인내를 요하는 개발기간에다, 자칫 엄청난 배상책임이 돌아온다면 연구개발에 기꺼이 투자하려는 마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자(前者)는 기대고 후자(後者)는 우려다. 그 어느 쪽이 현실이 될지는 결국 기업 정부 소비자에 달린 것 같다. 기업들이 PL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느냐, 아니면 소극적으로 피해가려고만 하느냐에 따라 상관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PL법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인프라 확충, 연구개발 유인환경 강화 등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PL법 위협이 자칫 가격인상과 모험적 신기술개발 위축으로 나타나는 것이 소비자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면 소비자 책임의식 또한 큰 변수다. <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