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결산] "상대가 누구든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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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세계 축구무대의 중심국가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유럽과 남미에 비해 축구 후진국으로 평가받던 한국은 축구 선진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한국축구의 저력을 확인시키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해 앞으로 더 한층 발전된 모습을 기대케 했다.
또 안정환 박지성 김남일 송종국 이영표 이을용 등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신예들이 떠오른 것도 큰 수확중의 하나다.
◆ 무적함대로 변신 =한국 대표팀은 올초 해외 전지훈련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러던 한국대표팀이 돌풍을 예고한 것은 스코틀랜드를 4-1로 꺾으면서부터 였다.
한국팀은 잇따라 잉글랜드(1-1), 프랑스(2-3패) 등 유럽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이후 한국대표팀은 '무적함대'로 변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본선무대 진출 48년만에 폴란드를 2-0으로 누르고 첫승을 올리면서 한국은 월드컵 역대전적 4무10패의 부끄러운 성적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미국과 아쉽게 비긴 뒤 우승후보 중의 하나인 포르투갈에 1-0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 우승후보들을 잇따라 격파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의 월드컵 통산전적은 3승6무12패(승부차기 승은 무승부 처리).
아직은 패전이 많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승리의 경험을 얻어낸 한국팀은 앞으로 패전보다 승리를 더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뿌린대로 거뒀다 =한국팀의 선전에는 98프랑스월드컵때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한국에 접목시키고 유망한 신인을 발굴해 한국축구를 완벽하게 '업그레이드' 시켰다.
지난 2000년 11월 시드니올림픽에서의 8강 탈락, 제1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3위 등의 초라한 성적표를 안은 한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히딩크 영입작전에 나섰다.
그의 급료는 18개월동안 1백50만달러(약 18억원).
여기에 그의 숙소와 차량 제공 비용 등이 들어갔고 4강 진출에 따라 협회가 약속했던 25만달러(약 3억1천1백만원)의 보너스가 추가된다.
선수들에게도 여러가지 '당근'을 제시했다.
대표팀 소집시 하루 6만원에 불과했던 수당은 10만원으로 늘었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숙소도 1인1실 체제로 바꿨다.
월드컵 16강 진출시에는 1억원, 8강과 4강 진출시에는 각각 2억원과 3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4강에 오르기까지 대략 1백여억원을 쏟아부었다.
◆ 세대교체 성공 =한국은 터키와의 3,4위전까지 총 7경기를 통해 6실점하고 8득점을 했다.
한국은 한 선수가 골을 독식하지 않고 여러 선수들이 골고루 넣었다.
안정환이 2골을 기록했을 뿐 황선홍 유상철 박지성 설기현 이을용 송종국이 한골씩 기록했다.
뚜렷한 스타가 있기보다는 팀 전체가 하나가 돼 플레이를 한게 한국팀의 장점이자 특기였다.
한국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차세대 주자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대표팀의 터줏대감이던 황선홍과 홍명보 등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안정환 박지성 김남일 송종국 차두리 등으로 세대교체됐다.
이들은 유럽 빅리그에서 스카우트의 표적이 될 정도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이 가능한 재목들이다.
이들이 앞으로 4년간 '큰 물'에서 놀면서 기량을 연마할 경우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한국의 '4강 신화'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