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4,5월 군 최고위급인사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잇달아 가졌다.


지난달 21일에도 김동신 국방장관 주재로 월드컵을 대비한 최종 평가회의가 열렸다.


월드컵대회를 안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치를 수 있도록 대테러 작전 등 군 경계태세를 검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서도 이남신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 등이 참석해 육상은 물론 하늘과 바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즉각 대응키 위한 대테러 작전 및 훈련계획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그러나 우리 군이 이처럼 월드컵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북한 경비정과 어선은 끊임없이 서해 연평도부근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었다.


올들어서만 14차례나 NLL을 침범했다.


6월에만 6차례의 월경행위가 자행됐다.


우리 군은 그때마다 "북한 경비정들은 조업중인 북한 어선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NLL을 단순 침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관련, 북측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는 발표를 되풀이했다.


군의 발표만 봐서는 '북한의 NLL 침범은 서해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29일 서해도발 당일 북한 경비정 2척이 NLL을 넘어왔을 때도 '단순 월경'으로 판단했다.


전처럼 경고방송만 하면 순순히 돌아갈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장이 빈약한 고속정 등을 사건현장에 파견했다.


99년 서해교전 때처럼 초계함이나 공군 전투기의 지원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뒤늦게 30일 연평도 인근에 해.공군력을 2배로 증강한다고 했다.


실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만약 월드컵 전에 이렇게 했더라면 북의 도발은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월드컵대회를 개최하면서 전세계에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하지만 폐막 하루 전 터진 북의 도발로 형언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우리 군의 '유비무환' 태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혹시 군수뇌부가 햇볕정책이란 통일정책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전술적인 대응태세를 안이하게 해오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점검돼야 한다


사회부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