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문에 월드컵 성과가 훼손돼서는 안된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로 인한 경제.사회적 효과가 앞으로 치러질 "8.8 재.보궐선거" 및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공약(空約) 남발과 지역갈등으로 인해 오랫만에 월드컵을 통해 "하나된 민족"과 "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흐트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보궐 선거(8월8일)와 대통령 선거(12월)에선 과거 어느 때보다 정책위주의 탈(脫)지역색 인사를 뽑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새로운 리더십이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포스트 월드컵의 발전전략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월드컵 이후 과제로 비전과 새로운 리더십의 확립 월드컵 특화산업 육성등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 월드컵을 통한 사회통합의 전기마련 등을 사후 과제로 제안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선 월드컵 개최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정치.문화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적으로는 경기장 10곳,주변도로 건설 등으로 총 2조3천8백억원이 지출됐지만 18만5천명의 고용창출과 3조6천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또 건설,광고.마케팅,방송,관광,스포츠용품산업 등 관련 연관 산업의 연쇄적인 발달 효과와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촉진되고 지방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4강 진출로 1백여분간씩 전세계가 한국경기를 지켜본 것도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브랜드 홍보효과를 주었다고 분석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한국전 응원과정에서 표출된 "red passion"또는 "red spirit"이 사회통합의 힘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시 말해 월드컵 과정에서 확인된 한국인의 결속력은 지난 4년동안 개혁추진 과정에서 분산됐던 국가 에너지를 한데 묶어낼 정신적 심리적 인프라가 될 것이며,지역.계층.세대.노사.남북 갈등을 해소하는 원천적인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동력을 국가발전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의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설정된 것이 붉은 악마들의 열정을 유발하였듯이,21세기 국가 발전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전략이 제시되어야 국력을 결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국민들은 통일과 경제발전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무리없이 조화시키면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된 후보는 이번 월드컵 개최로 얻은 효과를 장기 경제발전 계획등에 그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비즈니스 중심국가 추진전략의 경우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 리더라는 이미지를 확보했고 물류 및 비즈니스 중심국가의 사회적기반(SOC)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서울은 3시간 비행거리 안에 인구 1백만명 이상 도시가 43개나 있으며,무엇보다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중국을 배후지역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인천공항 부산항 광양항 등이 세계 주요 간선항로 상에 자리잡고 있어 동북아 지역의 물류 중심지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은 매우 유리한 것으로 평가했다. IT 관광 등 "월드컵 특수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경쟁력 전략을 다시 재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3대 산업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초고속 인터넷망 고선명 디지털TV 기술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등이다. 또한 월드컵 중계를 위해 개발된 쌍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같은 IT.방송 기술이 월드컵 기간동안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특히 월드컵기간중 외국인들이 주목한 한국의 PC방을 적절히 활용할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PC방은 세계 유일의 민간 인터넷망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가라오케가 국내에서 노래방으로 더 활성화됐이 월드컵을 계기로 국내 PC방이 세계 각지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월드컵 기간 동안 관계를 맺게 된 해외 CEO나 투자 상담자들이 실제로 한국에 투자하도록 후속작업을 진행시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를 위해 지역 관련기관뿐 아니라 학계 문화계 등의 인사들이 총망라된 투자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지역별 산업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 관련성이 높은 해외 기업인들에게 지역의 기업 및 산업 특성을 소개함으로써 투자 의욕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10개 월드컵 경기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체육.문화시설로의 전환등 다각적인 활용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할 수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지난 6월26일 국가 이미지 홍보 강화 수출및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정보통신(IT)및,스포츠 관광산업 육성 등을 골자로 한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발표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