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으로 본 일본경제의 하반기 기상도는 일단 "맑게 갠" 편이다. 10여개 민간 연구소들가운데 절반이 금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측하고 있다. 마이너스 전망 일색이었던 작년에 비하면 사정이 크게 호전된 셈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연 5.7%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점도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경제의 회복 견인차로 수출호조와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기업 구조조정을 꼽고 있다.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 5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8% 늘어난 4조1천5백3억엔에 달했으며 2개월 연속으로 작년동기 수준을 웃돌았다. 5월 무역흑자는 6천1백92억엔으로 작년동기 대비 무려 8배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경기를 보는 시각은 일본정부뿐 아니라 기업들 사이에서도 호전됐다. 일본은행이 발표하는 DI지수(단기경제전망)는 제조업의 경우 지난 3월 마이너스 38에서 6월 마이너스 27로 개선됐다. DI지수는 기업들이 경기를 좋게 본 비율에서 나쁘게 본 비율을 뺀 수치다. 문제는 엔고태풍이 경제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소비,설비투자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단발엔진으로 추진력을 발휘했던 수출이 엔고역풍에 휘말릴 경우 유일한 비상구가 날아가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조엔대의 경상이익을 올린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엔화가치가 달러당 1엔 오르면 순익은 2백억엔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고태풍에 휘말리면 혼다 소니 캐논 등 일본 굴지의 일류기업들 모두가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본기업들의 상당수는 엔화 값이 달러당 1백25엔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과 같이 1백20엔 밑까지 치고 올라간다면 기업과 일본경제의 체력 회복은 물거품이 되고 말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 코지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엔고에 어느 정도까지 버틸수 있는가에 경기회복의 열쇠가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