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출 전선은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IT(정보기술) 삼총사"가 뚜렷한 회복세에 들어선 데다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도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두번째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하반기 중 수출을 전년 동기보다 18.1% 늘어난 8백50억달러로 내다봤다. 수입도 8백15억달러로 19.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체로는 수출이 작년보다 7.1% 늘어난 1천6백11억1천1백만달러로 전망됐다. 수입도 1천5백25억2천2백만달러로 8.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85억8천9백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지난해(93억4천1백만달러)보다는 다소 줄겠지만 당초 전망치(70억달러)를 20% 이상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하반기 수출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올들어 급속하게 진행된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 영향이 하반기중 가시화될 전망이다. 또 미국 등 선진국시장의 회복속도도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다. 박봉규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작년 하반기의 수출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올 하반기엔 수출 증가율이 두자릿수로 예상되지만 이는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국내외 수출여건에 복병이 많은 만큼 정부의 수출지원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실적=작년 3월(-2.1%) 이후 13개월 연속 뒷걸음질한 수출이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한 7백61억1천1백만달러로 추정됐다. 수입도 7백10억2천2백만달러로 2.2% 줄어드는데 그쳤다. 무역수지는 51억달러 가량 흑자를 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력 품목인 "IT(정보기술) 삼총사"가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해 45.0%나 급감했으나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반전돼 상반기 중 9.7% 감소로 마감됐다. 지난해 23.8% 줄어든 컴퓨터도 올 상반기엔 13.4%나 늘어났다. 무선통신기기는 지난해(22.2%)에 이어 올 상반기(36.0%)로 사상 최고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0.8%->3.3%) 가전(-8.3%->10.6%) 등도 안정적인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화학(-13.3%->-1.5%)과 섬유류(-14.5%->-9.2%)는 감소폭이 줄었다. 하반기 전망=품목별로는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가전 조선 등이 15%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반도체는 D램 시장 비수기인 3.4분기까지 과잉공급이 예상되지만 4.4분기부터 PC 대체수요와 조립부문 호조에 힘입어 2백56메가D램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은 미국 EU 등 선진국의 디지털제품 신규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수출단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조선은 상반기 인도 예정물량이 대거 하반기로 넘어와 호조세가 점쳐진다. 자동차는 세계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북미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일반기계는 선진국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데다 중국 서부대개발에 따른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 그러나 통상분쟁에 휘말린 철강과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고 있는 섬유류는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올해 7% 안팎의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점차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아세안.대만 지역과 러시아 등 동구권에 대해서도 월드컵 개최에 따른 국가.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가 수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EU 등으로의 수출도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일본과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중남미로의 수출은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걸림돌은 없나=가장 걱정되는 변수는 급속한 원화가치 상승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천2백원 안팎까지 떨어져 올해 초에 예상한 연말 전망치(1천2백30원)를 훨씬 밑돌고 있다. 하반기 중 1천2백원선도 붕괴돼 전반적인 수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생활용품 등 중국의 저가제품에 고전하고 있는 품목과 섬유류 일반기계 등 경쟁력이 취약한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미국 경제가 주요 기업의 회계부정 등으로 더블딥(double dips,이중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등 선진국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도 근심거리다. 여기에 월드컵 이후로 미뤄진 국내 기업 임금협상이 하반기에 본격화되면서 노사분규가 격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8.8 재.보선"과 대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일정도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