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반도체칩 전문생산업체인 기호전자(대표 노길섭)는 '월봉제'라는 특이한 급여제를 실시해 지난해에 비해 5백%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기 화성에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말부터 월봉제를 도입하면서 43명의 임직원이 경쟁적으로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 덕분에 반도체 칩 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는데도 기호전자는 지난해 매출 48억원에서 올해는 수주가 작년의 5배가 넘어 매출이 2백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길섭 사장은 "월봉제를 실시하자 임직원들이 신기하게도 평소보다 스스로 2배 이상 일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 회사 영업담당팀장인 이상수 과장은 지난 5월 은행에 교통카드를 납품할 자신이 생기자 평소보다 2.5배나 많은 월봉을 책정해 계약을 맺었다. 한달간의 노력 끝에 이 과장은 한미은행과 외환은행에 납품하게 돼 풍성한 급여를 받았다. 심재욱 연구개발팀장은 지난 5월말 대만의 SAHO사로부터 반도체 칩에 송수신안테나를 내장한 제품을 1개월 만에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6월 월봉을 평소급여의 3배로 계약했다. 이 개발은 적어도 5개월 정도 걸리는데 밤잠자지 않고 개발하면 한달 만에 성공할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 계약을 했다. 기호전자가 현재 실시중인 월봉제는 연봉제방식을 그대로 매월 적용하는 것이다. 매달 급여계약을 새로 맺는 제도다. 물론 고용계약까지 매월 맺는 것이 아니라 급여만큼은 한달기간으로 제로베이스에서 사원 스스로가 액수를 책정해 사장과 계약을 맺는다. 높은 액수의 월봉계약을 맺은 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는 당연히 다음달 월봉책정에서 삭감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월봉제가 실시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급여가 삭감된 직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최희동 이사는 "월봉제를 실시한 이후 임원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 사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인다. 현재 자동차용 전자제어센서를 개발,미국의 GM과 포드에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첨단액정(LCD)도 개발,일본 LIM테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월봉제 실시로 신바람이 난 이 회사 직원들은 기호전자를 카드내장형 반도체칩 분야에서 곧 세계적인 기술개발기업으로 도약시킬 전망이다. (031)353-6087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