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을 맞아 '서머랠리'를 기대하는 것은 조금 무리일까. 지난 70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우울한 상반기를 보낸 월가에는 그동안 골이 워낙 깊었음에도 여름장을 기대하는 얘기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우선 5주간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증시가 지난주 조정양상을 보였다는 것.사상 최대 분식회계 사건이라는 '월드컴 태풍'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가 0.11%(10.53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S&P500과 나스닥은 오히려 상승했다. S&P는 0.07% 오른 989.82를 기록했고 나스닥도 1.54% 상승한 1,463.21을 나타냈다. 월드컴 파문이 불어닥친 수요일(6월26일) 한때 다우 9,000선이 붕괴되고 S&P는 9·11테러 이후 최저점이었던 작년 9월21일의 965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던 모습은 벌써 잊혀지는 양상이다.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올 1월 뉴욕증권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4백44억달러.지난 5월에는 3백88억달러까지 줄었지만 지난달에는 4백30억달러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미국경제가 호전세라는 것이다. 1분기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당초 추정했던 5.6%보다 높은 6.1%로 나타났다. 6월의 제조활동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달부터 발표될 기업의 2분기 실적은 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서머랠리에 대한 얘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전한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분식회계사실이 밝혀진 제록스의 주가가 12.8% 하락하는 데 그친 것에서 볼 수 있듯 분식회계 파문도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주 월드컴의 여파로 루슨트테크놀로지 주가가 29% 폭락하는 등 통신장비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급락했던 은행들은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발표로 낙폭을 줄였다. 지난주 한때 36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씨티그룹 주가도 38.75달러에 마감됐다. 케이블업계의 충격도 커 AOL타임워너가 주중 한때 연중 최저치인 12.75달러를 기록했다. 전국적 라디오방송인 클리어채널이 지난주 15.6% 하락했다. 담배회사들의 흡연피해소송패배로 필립모리스와 RJR가 17.1%와 12.7% 떨어졌다. 한편 올 상반기에는 나스닥지수가 24.8% 하락해 반기하락률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S&P500도 지난 70년 이후 최대인 13.8% 떨어졌다. 다우도 7.7% 떨어져 2000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낙폭이 컸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