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면우 교수가 지난 92년 여름에 쓴 'W이론을 만들자'라는 책은 경영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애독할 정도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이 책이 큰 관심을 끈 것은 한국인의 심성 깊숙이 내재돼 있는 '신바람'을 일으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W이론…'에서 "우리 겨레는 목표를 좋아하며,목표에는 반드시 포부가 있어야만 흥이 나는 것 같다. 신이 나서 한 일은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많은 예를 들어 설명했다. 여기에서 'W이론'은 우리의 독자적 경영철학을 의미하는 상징적 이름이었다. 월드컵이 열린 6월 한달 동안 전국은 온통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W(월드컵)세대'로 뒤덮였다. 붉은 티셔츠에 태극기 패션을 하고 화려하게 보디 페인팅을 한 20대 전후의 W세대는 열광적이면서 질서정연한 응원으로 한반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다름 아닌 '신바람나는 일'이었기 때문일 게다. 한국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1승을 하고 더 나아가 8강,4강 그리고 결승까지 가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와 함께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W이론을 W세대가 확인한 셈이다. 월드컵이 끝난 지금,일명 R(Reds)세대로도 불리는 W세대를 우리 사회의 성장축(軸)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강한 집단주의 성향을 보이는 386세대나 개인주의적인 N세대와는 달리 W세대는 개방적이면서 개성이 뚜렷하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성향이 21세기 글로벌시대와 딱 맞아 떨어진다. 얼마전 현대경제연구원은 W세대 특유의 자발성과 열정,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된다면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레드 콤플렉스를 일거에 불식시키고,장롱속에 처박힌 태극기를 찾아내 나라사랑으로 승화시키고,거리와 광장에서 신명나는 한판 축제를 벌일 줄 아는 W세대야 말로 대한민국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이들에게 신바람을 불어 넣는 일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