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한국이 동아시아 허브(중심축)로 발돋움할 호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때마침 정부도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내놓았다. 영종도 송도 김포 등지에 경제특구를 만들어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 유치를 추진하는 등 한국을 동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만들자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제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금까지 아시아 비즈니스의 허브는 서울이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였다. 최근에는 상하이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본부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KOTRA 조사결과를 보면 홍콩 9백44개, 싱가포르 2백여개, 상하이는 40여개의 다국적기업 아시아본부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서울에 아시아본부를 둔 기업은 볼보기계코리아 단 1개사 뿐이다. 아시아 중심축으로 거듭나려는 이들 도시의 경쟁은 21세기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거대 내수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갖고 있는 상하이는 외국투자촉진센터를 통해 투자유치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하이 항구(2010년 완공 예정)와 푸둥공항(2005년) 등의 설비증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각 지방별로 지가인하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관(海關)의 비준을 거쳐 보세창고와 보세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투자유치전략도 펴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해 10월 발전연구센터의 보고서를 토대로 푸둥 신시가지 내에 외국인 편의시설 건설, 복수비자 발급, 연구개발(R&D) 우대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4백여개 은행, 3백21개 증권사, 1백30여개 국제미디어기구가 진출하는 등 세계 금융.물류 중심지인 홍콩은 행정편의주의 철폐, 외국인 교육시설 확충, 국제회의 개최를 통해 이미지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특별한 우대조치는 없으나 직접세만 있고 부가세나 영업세 등이 없는 단순한 조세제도와 철저한 자유경제체제 준수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0년까지 세계 3백대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 유치를 추진하는 등 체계적인 투자유치활동을 펴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을 중심으로 지난 86년부터 다국적기업 지역본부 유치제도를 시행, 각종 세제혜택과 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여전히 외국 자본에 제약이 많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해외 CEO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많은 외국기업 CEO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규제완화와 투명성 제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도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한국은 교육비가 턱없이 비싼 데다 개인소득세가 최고 40%나 된다"며 "개인소득세 제도 등을 고치지 않으면 외국기업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국기업과 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는 구호만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