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정보통신 붐을 타고 확대경영과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렸던 프랑스 거대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해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여기다 1일 세계 2위 언론그룹인 비벤디 유니버설의 장-마리 메시에 회장의 사임설까지 나돌자 한때 프랑스를 대표하던 기업들의 경영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벤디, 최대 전화회사인 프랑스텔레콤(FT), 세계적 정보통신기기업체인 알카텔등 3개사는 지난 90년대말 야심찬 기업확장 전략과 지칠줄 모르는 M&A로 프랑스를 일약 국제자본시장의 중심으로 진입시키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던 기업들. 그러나 지난 2000년대말부터 불어닥치기 시작한 세계경제불황과 정보통신, 인터넷 업계의 거품 붕괴로 이 기업들은 주가폭락과 채무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초부터 지금까지 비벤디는 61%, FT는 76%, 알카텔은 62% 각각 주가가 떨어졌다. 비벤디는 147년 역사의 수도회사에서 메시에 회장의 주도로 6년만에 카날 플뤼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계 최대 음반회사인 유니버설 뮤직 등을 거느린 세계 2위의 언론그룹에 올랐다. 비벤디는 이 확장 과정에서 170억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됐으며 메시에 회장은 급기야 지난주 채무상환을 위해 모기업인 수도회사 지분 중 약 20억유로 상당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의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주가 회복조짐이 보이지 않자 비벤디 이사회는 그의 자발적 사임을 유도하거나 해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기업이었다가 주식 공개로 정부 지분이 55%로 떨어진 FT가 안고 있는 부채는 약 600억유로. 상당부분이 지난 90년대말과 2000년초 정보통신업계 거품 때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거나 제3세대 통신 면허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재무부는 막대한 부채와 주가폭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FT가 다시 국영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1일 이를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거대 산업기술업체였던 알카텔은 정보통신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나 정보통신시장의 위축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00년말 11만명을 고용했던 알카텔은 종업원수를 7만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최근 몇년 동안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각광받았던 이들 기업의 경영난과 주가 폭락은 프랑스의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안겨줄 전망이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