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법'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법안을 마련하려는 정부측 주장은 인터넷 주소자원의 효율적 개발과 관리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 주장은 지금까지 민간의 자율영역이었는데 왜 정부가 관여하려 드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 주소자원의 개발과 이용이 촉진돼야 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 그 누구도 시비를 걸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또 정부와 민간이 대립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일이 빚어지는 것일까. 디지털 시대에는 그 정책논란의 성격마저 '0' 아니면 '1'인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이 원래부터 정부영역 아니면 민간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시간에 관계없이 불변(不變)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안 제정=민간자율 침해'라는 명제가 반드시 '참'인 것도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논리에는 분명히 허점도 있다. 그런데도 왜 거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고집하는 걸까. 법의 취지와 의도가 '따로'이기 십상이라는 것을 너무나 많이 학습한 탓일까. 정통부는 그동안 민간이 인터넷 주소자원을 잘 운용해 왔지만 최근들어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의도라면 그 부작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지,그리고 기존의 법체계나 장치로는 왜 해결하기 곤란한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정부 주장대로 법 마련이 지금 정말로 시급하다면 말이다. 몇몇 외국에서 유사한 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법 제정의 근거로 들이댈 단계도 이제는 지난 것 같다. 정부 스스로 주장하듯이 정보화나 인터넷에서 우리가 세계최고의 수준이라면 특히 그러하다. 법 혹은 정책이나 이에 대한 접근과정이 좀 더 창조적이고 세련돼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별도의 법을 마련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이 정부가 꼭 나서야만 할 시기인지,오히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신중히 따져보고 있다"는 소리는 언제쯤 들어 볼 수 있을 것인지….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