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하나되어 '대~한민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욕에는 한인 청년모임이 크게 두개 있다.
'크사니(KSANY)'라는 한인 유학생단체와 'y-KAN(영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현지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이민 온 교포청년들의 모임이다.
이 두 모임은 그동안 따로 활동하면서 서로 소가 닭 보듯 했다.
한글(KSANY.com)과 영어(y-KAN.org)로 만들어진 웹사이트가 말해주 듯 유학생과 현지 교포 사이에 언어는 물론 사고방식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많은 한인 2세들은 한국과 미국의 스포츠경기가 벌어지면 미국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해진다'는 게 뉴욕 퀸스칼리지에서 한국인 이민사를 연구하는 민병갑 교수의 얘기다.
교류가 거의 없던 이 두 단체가 최근 맨해튼에서 만났고,이 사실이 한인 사회에서 자그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월드컵이 계기가 됐다.
승승장구하는 한국 축구팀의 기세가 교포학생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가슴 속에 숨어있던 조국애를 찾아주었다.
이 둘은 어느새 똑같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악마'들이 되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기업 주재원들과 현지 교민들 사이에 '돌아갈 사람'과 '남는 사람'이란 미묘한 차이에서 생겨난 자그마한 앙금은 '대~한민국'이라는 새벽 구호속에 모두 씻겨 내려갔다.
월드컵이 끝난 지난 1일 뉴욕총영사관은 뉴욕한인회 등 교포단체들과 함께 모처럼 하나가 된 마음으로 '축하 리셉션'도 가졌다.
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태극기 사랑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인 만큼 자기차에 출신국가 국기를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태극기도 이 대열에 끼고 있다.
"가끔씩 대통령이 방문할 때 의전용 차량에 걸린 것 말고 일반 승용차에 태극기가 나부끼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란 게 교포들 얘기다.
올해는 한인들이 미국에 이민온 지 꼭 1백년이 되는 해다.
'월드컵 4강'은 해외교포들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조국에서 전해준 가장 기쁜 소식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뉴욕에선 지금도 '대~한민국'이란 구호가 계속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