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는가."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海爾)의 한국시장 진출추진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를 추격해온 중국업체가 이제는 한국의 안방시장까지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이얼을 신호탄으로 창홍(長虹),캉자(康佳),TCL,메이더(美的) 등 다른 중국업체들의 진출도 예상돼 가전시장 쟁탈전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중국업체는 그동안 △저임금에 기반한 원가경쟁력 △선진업체로부터의 기술이전을 통한 제품경쟁력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하이얼은 1984년 칭다오(靑島)의 작은 도로변 공장에서 냉장고 74대를 생산하는 수공업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98년에는 6백7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세계 가전업체중 가장 발전속도가 빠른 기업이다. 미국 독일 등 거점별로 생산법인과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독자 브랜드로 시장을 넓혀온 대표적 중국기업이다. LG관계자는 "중국업체에 대해 저가,저품질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하이얼은 상당한 품질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업체들이 연간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업체들이 긴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하이얼의 파트너가 막강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망을 가진 SK라는 점이다. SK와의 공동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중국제품의 인식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우전자서비스가 애프터 서비스를 책임질 경우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자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업체보다 20%이상 싼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안정된 유통망과 AS망까지 확보할 경우 삼성 LG로서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 LG전자가 대리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연간 수천억원의 돈을 투입하는데 비해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과 한국시장은 차별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국내 농수산 및 생활용품 시장을 장악한 사례가 보여주듯 중국산 제품의 공세는 대단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