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발전된 경제사회는 직업의 선택이나 근로조건의 결정이 유연해야 한다. 경제발전의 척도는 경제생활에 있어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얼마나 커지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학에 있어서 1인당 소득을 경제발전의 척도로 해석하는 것은,소득이 늘면 그만큼 의·식·주는 물론 다양한 재화와 용역의 선택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경우 하루 24시간 또는 1주일 7일이란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과 여가를 동시에 증대시킬 수는 없다. 여가와 소득간에는 역의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여가를 갖기 위해선 소득의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더 발전된 근로조건은 소득과 여가에 대한 근로자의 상대적 선호에 따라 다양하고 신축적인 노동시장을 개발·실현하는 일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에게 주5일 근무와 40시간의 노동을 강요한다면 매우 불행한 일임을 모두 공감할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사람에 따라 상대적으로 여가보다는 소득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으며,반대로 소득보다는 여가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건강에 따라,소득에 대한 상대적 욕망과 기호에 따라,다양하고 신축적인 노동여건 마련이 더 발전된 경제사회의 한 모습일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물론,주3일 근무나 주6일 근무제도 있을 수 있다. 소득증대 의욕이 왕성한 건강한 젊은이에게는 본인의 뜻에 따라 40시간보다 훨씬 많이 일해 돈을 더 벌 수 있는 근로기회도 제공해야 하고,또 주부들에게는 희망에 따라 하루 3∼5시간 정도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을 가능케 하는 탄력·신축적인 근로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특히 세계화·지식화·정보화와 산업의 다양성이 요청되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절대로 필요한 조건이다. 한국경제의 선진화에 있어서 가장 큰 취약점으로 외국학자와 한국에 대한 비판가들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는 유연한 노동시장의 개발이나 근로조건의 다양화에는 관심조차 없으며,주5일 근무제나 무노동무임금이 중요쟁점이 되고 있으니 시대착오적 기구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노동조합의 회원은 전체 노동자 수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원이 아닌 다수의 근로자,새로운 일터를 구하는 미취업 근로자의 취업기회와 복지도 마땅히 고려돼야 한다. 강자(노동조합원)만 중시하고 약자(비노동조합원과 미취업자)는 무시하는 노사정위원회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생각하면 금융회사들이 이달부터 주5일 근무제를 채택한 것은 다양한 근로수요의 변천에 부응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고객(가계와 기업)과 주주를 무시한 집단이기주의다. 금융산업이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된 부분의 하나이며,그 결과 많은 주주는 주식의 소각이나 감자를 강요당했고,또 모든 국민은 앞으로 오랫동안 방대한 공적자금의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보답하는 것이 주5일 근무제를 솔선수범(?)하는 길인지 의문이다.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금융전문인을 유치하거나,종업원의 훈련과 교육고급화를 위한 획기적 투자 및 비용의 증대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으나,일반 임원의 봉급인상이 금융산업구조조정의 급한 일이라고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과거 관치금융이란 핑계로 주주 이익을 무시한 경영관행이 오늘날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관치금융이란 악명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대주주의 역할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은 다수의 소액주주 이익을 무시하고 집단이기주의를 행사하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금융회사는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타 산업에 나쁜 영향이 없도록 최선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필자의 미국유학 시절, 일요일은 안식일이라 하여 시내에 있는 거의 모든 음식점이 문을 닫아 기숙사외에는 먹을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음식점이 허다하다. 또 24시간 영업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우리 금융산업이 가급적 빨리 '1보후퇴 2보전진'의 지혜를 살려 좀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경영,좀 더 유연한 근로여건을 보완책으로 개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