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별로 표준화된 참조 위험률이 마련되면 생명보험사들은 신상품을 개발할 때 직업 위험률을 반영해 서로 다른 보험료를 적용하게 된다. 단일 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직업에 따라 차등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명보험상품에도 자동차보험처럼 가입자의 속성(위험도)을 요율에 반영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자동차보험은 연령 가입경력 교통법규위반 경력에 따라 우량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불량 계약자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있다. 가입자의 속성이 보험료에 잘 반영될수록 보험상품의 형평성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이에 반해 생명보험사들은 가입자 속성을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고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해 왔다. 한가지 요율로 된 보험을 판매하되 엄격한 가입 심사를 통해 선별적으로 고객을 유치해 왔다. 예를 들어 전문직 사무직 종사자들은 보험금 10억원까지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반면 오토바이 운전자나 광업 종사자 등 위험성이 높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종신보험 가입을 원해도 거절당하거나 1억원 이내로 가입 금액을 제한받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을 선뜻 계약자로 유치했다가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의 직업별 위험률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이같은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 위험등급 분류 보험개발원은 1백80개 직업군을 대상으로 위험도를 5등급으로 나눈 표준위험 직종등급 분류표를 마련했다. 개발원측은 기초통계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6년부터 2000년까지의 통계를 사용해 위험률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갱내 작업자, 채석장 근로자 등 광업에 종사하는 직업군은 위험률이 가장 높은 1등급에 분류됐다. 연근해어업종사자나 해녀 혹은 선반이나 밀링 작업을 하는 사람 역시 1등급으로 동일한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 오토바이 운전자로 35세미만이면 위험 1등급에, 35세 이상이면 위험 2등급으로 분류된다. 반면 학자 연구직 사무직은 비위험직에 해당한다. 보험개발원은 7월중 직업별 위험 등급에 따른 참조위험률을 금융당국에 인가 신청할 예정이다. 물론 가격 자유화가 된 만큼 삼성생명과 같이 보유 계약이 많은 보험사들은 각사별 통계를 바탕으로 직업별 위험률을 따로 만들어 쓸 수 있다. ◆ 보험사 전략 보험개발원이 직업별 참조위험률을 마련하면 보험사들은 이를 반영, 신상품을 개발하게 된다. 빠르면 8월말께 직업별 위험률이 적용된 신상품이 나올 수 있다. 보험계리 전문가들은 위험률이 가장 높은 1등급과 비위험 등급간 순보험료가 80~1백% 정도 차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위험직 종사자들은 보험료 부담이 커지지만 원하는 만큼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보험계약을 맺은 후 고객이 직업을 바꿔 위험도가 달라진 경우에는 보험료와 보장금액을 조정하게 된다. 가령 사무직 종사자가 퇴직해 퀵서비스 직원이 된다면 위험이 그만큼 커지므로 보장금액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다. 직업별 보험료율이 차등화되면 보험계약자도 청약시 직업에 대한 고지의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한편 일부 보험사들은 어차피 연말께 새로운 경험생명표가 나오면 상품을 새로 내야 하는 만큼 직업위험률을 적용한 신상품 출시를 늦추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