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나흘째 상승하며 75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62대로 올랐다. 미국 주가가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분식회계, 테러 가능성 등으로 연일 흔들리며 지난해 9.11 미증유의 테러 사태 국면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해외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월드컴의 분식회계 파장으로 인한 폭락 충격에서 벗어나고 지난 6월 꿈같은 월드컵 기간이 지나면서 국내 시장도 몸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수급쪽에서 외국인이 바겐세일용 저가매수세를 보이고 7월에 접어들면서 은행 등 금융권의 BIS비율 맞추기용 주식처분도 멈추는 등 기관 매수세도 부활조짐을 보이며 과매도 국면을 탈피하고 있다. 특히 700선 부근에서 미국 등 해외와는 다른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차별화 논리가 부각된 가운데 미국발 악재에 대한 자체 내성도 길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의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미국시장의 폭락과는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바닥권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각보다 강하게 움직였다"며 "미국 경제가 민간소비 등에까지 구체적으로 불안 양상이 빚어지지 않는 한 700선에서 저점이 지탱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독립기념일의 '휴식' =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금융시장이 차츰 안정되며 시장심리도 일방향의 쏠림보다는 매수와 매도간 공방이 펼쳐지면서 새로운 균형가격을 찾아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이 폭락 사태에서 벗어나면서 나흘째 반등한 데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주가와 연동되며 바닥권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당국의 직개입 영향이긴 하지만 달러/엔이 120엔대로 반등하고 월말 공급우위 국면을 지나면서 달러/원 환율도 1,200선에서 일단 진정되는 양상이다. 지난 2일 유럽과 미국 시장의 급락과는 달리 이날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식시장은 나스닥 선물의 상승과 함께 모두 반등했다. 게다가 오는 4일 미국시장이 독립기념일을 맞아 휴장에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은 대외충격을 배제하는 '짧은 시공간적 휴식'을 맛볼 것으로 보인다. 휴일에 앞서 일방적인 포지션을 청산하고 리스크 중립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태도가 변동성 완화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충격의 진원지인 미국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국제 금융시장은 대내 요인이 강조되는 '역내 또는 국내 리그'가 치러질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 이른바 'K-금융리그'는 채권의 경우는 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가 4.75%로 유지된다는 전제 속에서 주가반등과 제한된 범위에서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월중 수출 감소와 월초 결제요인, 포지션 조정에 따라 매수가 잠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식의 경우 바닥권 강화를 토대로 갭 상단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도가 완화되는 상황이라면 나흘간의 반등에 신뢰감이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현재 700선 진바닥론을 굳히며 200일선이 위치한 720선에서 대기 매수세를 포진시키면서 갭 하락 이전 지수대인 770∼780선대로 되튈 수 있을 지 여부가 가름될 전망이다.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의 신영수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종합지수 700선은 미국시장과 동조화 논리 속에서도 차별화 논리가 부각되는 기준선이라는 판단"이라며 "2/4분기 실적 호조가 서서히 반영되면서 3/4분기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폭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갭 메우기 이후 = 그러나 폭락 사태 이후 투매·공황심리를 벗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해외시장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 경기회복이나 투자의 회복력이 둔화되면서 주도주나 매수주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매수도 단순하게 낙폭과대를 인식한 저가성 매수에 불과해 공격적인 매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증시 주변 자금이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에 기울고 있어 '체력 단련'이 좀더 필요하다. 매수차익잔고에 여유가 있으나 선물시장의 투자심리를 말해주는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을 보여주는 등 불안정하고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현대증권 법인영업부의 정선호 과장은 "700선대 확보한 뒤 갭 메우기 속에서 전약후강을 연출하며 바닥다지기에 성공한 듯하다"면서도 "그러나 증시를 압박하는 환율과 금리 등 금융변수가 불안하고 3/4분기 실적에 아직 확신이 덜해 추가 상승 논리가 궁박하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7월중 삼성 모델포트폴리오" 보고서를 통해 지난 4월 이래 3개월 가까이 고점 대비 23%나 지수가 하락했다며 과거 강세장 상황에서 기술적 조정폭을 감안할 때 향후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의 달러 약세와 미국 증시의 하락세 지속 등 해외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7월 증시는 해외여건의 개선 정도에 따라 국내 증시의 회복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7월중 투자전략은 6월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포트포리오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낮은 밸류에이션을 보이는 비경기소비재, 경기관련 소비재 및 금융업종의 비중을 소폭 확대하고 원화강세와 이익호전인 소재업종의 비중 확대했다. 그러나 원화 강세와 미국 증시의 조정 영향을 강하게 받는 IT업종과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이익모멘텀이 약화되는 유틸리티 및 통신서비스는 비중을 소폭 확대했다. 한편 현대증권은 지난 2일자 "눈높이를 낮추면..."이라는 보고서에서 하반기 주식시장은 시장 전반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 비중확대 전략에 무리가 있다며 일시적 주가조정을 매수기회로 삼는 기존 투자전략에서 후퇴한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 △ 한국의 경제회복이 구조적인 진전보다는 순환적 회복에 기인하고 △ 미국의 정보기술(IT) 투자 사이클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 수출 회복력 둔화 △ 공기업·금융기관 민영화 관련 물량 부담 등 수급악화를 꼽았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하반기 주식시장은 차별적 우위와 동조화 편입이 혼재되며 균형을 형성할 것"이라며 "지수 650을 하단으로 지수 900선을 상단으로 하는 눈높이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