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4일 장중 한때 1천2백원선이 깨지는 등 1천1백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000년 12월 13일(1천1백93원80전) 이후 19개월만에 최저치다. 이날 환율 급락에 대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엔화 등 외부요인보다 국내 시장의 '달러 공급 우위'를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달러가 되오를 것으로 점쳤던 기업들이 환율 하락추세를 확인하고 일제히 달러를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1천8백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 순매수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전망을 낙관적으로 예상하면서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환율이 오를 요인보다 내릴 여지가 더 많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정부는 최근 환율 하락세를 크게 우려하진 않는 눈치다. 지난 6월중 원화보다 엔화 가치의 절상폭이 더 커 한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에 아직은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의 1차 저지선을 1천2백원선으로 잡고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구두개입과 함께 산업은행이 2억달러를 사들여 '환율 종가관리'에 나섰다. 산은의 달러 매입시점도 이날 1천2백원선이 깨질 때와 장 마감 1∼2분 전이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노상칠 국민은행 딜러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든지 하는 등의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환율은 1천1백20∼1천1백3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환율은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