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7:02
수정2006.04.02 17:05
무엇이 이보다 더 통쾌할 수 있겠는가.
되돌아 본 '2002 한·일 월드컵'은 참으로 흥분되고 값진 축제였다.
한국 축구가 세계 4강에 진출할 것이라고는 지구촌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세계 4강에 진출하는 '신화(神話)'를 이루어 냈다.
우리는 세계 6대주에 '파워 코리아(Power Korea)'를 알렸다.
세계에 떨친 것은 비단 한국 축구의 높아진 기량과 활력 넘치는 투지만이 아니다.
어느 강국과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한국인의 저력과 자신감을 함께 알렸다.
오랜 세계사에서 늘 '변방'에 머물러 있던 우리는 이제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각인(刻印)시켰다.
온 국민이 목청껏 외친 '대∼한민국'의 함성은 지구촌 곳곳을 감동시켰다.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의 응원물결은 한국 축구의 4강 진출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힘이자 '파워 코리아'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 장관(壯觀)이었다.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우리 국민들은 '너'와 '나'가 없었다.
화려하고 열광적인 응원을 통해 하나로 굳게 뭉쳐졌다.
승리의 기쁨에 서로 얼싸안고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나누었다.
많은 외국인들도 국적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함께 환호했다.
월드컵 축구대회를 문자 그대로 '지구촌 축제'로 만든 것이다.
한·일 월드컵은 또 한국인이 '개방적이고 포용력 있는 세계의 시민'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국적인 것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폐쇄적인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을 '외부 세계를 편안하게 대할 줄 아는 예의 바른 동방국가'로 바꾸어 놓았다.
월드컵은 이처럼 4천7백만 대한국민의 성숙성과 역동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 저력이 제대로 결집되고 발휘된다면 우리는 능히 선진국으로 발돋움해 세계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은 또 동아시아 비즈니스,IT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계기도 됐다.
한국은 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러냄으로써 국가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
무역협회 해외지부에 따르면 바이어들은 한국 기업과의 상담에 많은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해외 소비자들 또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새삼 눈여겨보는 사례가 잦아졌다고 한다.
나라 밖에서 한국 상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해외에 투영된 우리의 국가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분단의 나라' '노사관계가 거친 사회'라는 인식 등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월드컵 이후 이러한 이미지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활기차게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 '성숙한 시민사회'라는 이미지로 바뀌기 시작했다.
국가이미지 향상이 우리 경제에 가져다 주는 효과는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
높아진 국가이미지는 특히 수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의존도(수출액/GDP)는 35.6%로 세계에서 유난히 높다.
수출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 있어 절대적인 몫을 한다.
즉 수출 잘 되는 것이 우리경제가 잘 되는 길인 것이다.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코리아의 힘'을 수출에 집중하고,높아진 국가 이미지를 수출에 적극 활용해 시장을 다변화하는 한편 상품을 고급화한다면 우리 한국경제의 앞날은 한결 밝아질 것이다.
월드컵 마케팅을 위해서는 먼저 수출품의 질을 고급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개발에 보다 정성을 쏟아 '메이드 인 코리아는 중·저급품'이라는 인식을 조속히 바꾸어 놓아야 한다.
상품을 보다 잘 만들어 수출가격을 높이기 위한 노력 또한 긴요하다.
오늘날 수출상품은 디자인,이미지,브랜드,문화 경쟁의 속성이 짙다.
따라서 상품에 지식과 서비스를 가미해야 하며,월드컵을 통해 다시 한번 인정받은 IT기술을 산업에 접목하는 일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95년 수출 1천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제 월드컵을 통해 입증된 우리의 저력이 수출에 모아진다면 2천억달러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수출한국의 기치(旗幟)를 드높이고 확인된 코리아의 저력을 수출에 집중하자.월드컵이 가져다 준 국가이미지 개선을 발판으로 21세기 선진한국을 향해 우리 모두 쾌속으로 항진(航進)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