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중국 베이징대, 우리은행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한.중 수교 10주년 기념 세미나'가 4일 베이징대에서 개막됐다. 5일까지 계속되는 세미나에는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하중 주중대사, 천화이(陳淮)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주임 등 두 나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우리은행장, 쉬즈훙(許志宏) 베이징대 총장, 김병주 서강대 교수, 이재웅 성균관대 부총장 등 양국 경제학자 및 금융산업 관계자 2백여명이 참석했다. '한.중 경제협력의 기본 방향과 향후 과제'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 10주년을 맞아 어떻게 상호 보완관계를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기조연설 및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 한.중 경제협력의 발전방향 (기조연설.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 =지난 1992년 8월 두 나라가 수교한 이후 한국과 중국간 경제교류는 물론 인적교류도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의,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으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두 나라간 교역이 커지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두 나라간 협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다. 예컨대 무역불균형은 통상 확대를 통해 균형을 찾아나가야 한다. 중국은 오는 2020년께 세계 1위의 국내총생산(GDP) 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극동지역의 경제는 매우 역동적이다.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내 정치적 안정을 위한 국가간 협력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한.중.일과 ASEAN 국가를 연결하는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서둘러야 한다. 아시아 금융위기 발생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통화기금' 창설도 필요하다고 본다. ◆ 중국의 WTO 가입 후 한.중간 직접투자 추세 (장더슈 베이징대 국제경제연구소장)=중국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는 늦게 시작된 편이다. 그러나 발전속도가 빨라서 현재 중국의 일곱번째 투자국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이 작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 한국의 중국 투자는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 한.중 양국은 투자정책을 여러 측면에서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 외국 대출금의 이용을 중시하면서 직접투자를 비교적 적게 해오던 관행에서 탈피해 두 가지 모두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자본 이용을 강조하고 대외투자를 적게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외자 이용과 대외투자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방향으로 나가게 됐다. ◆ 한.중 주요 산업의 경합 및 보완관계 (박정동 KDI 연구위원) =중국은 지난 1999년 기준 4천2백개 품목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품목이 4백60개에 달할 정도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다.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WTO 가입에 힘입어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전반적인 교역구조 측면에서 볼 때 한국과 중국은 경합관계보다 보완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부문은 많지 않다. 중국은 경공업부문에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중화학공업 부문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중국의 산업구조 재편에 따라 한·중간 경쟁관계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나, 기업이 생산 및 판매전략을 수립할 때 중국의 동향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 중국의 WTO 가입과 자본계정의 태환 가능성 (리칭윈 베이징대 금융학과 교수) =경제의 글로벌화는 국제무역과 투자 규모의 확대를 의미한다. 아울러 시장경제제도의 전세계적인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나라가 자본계정의 태환을 실현하느냐 여부는 그 나라의 경제상황, 특히 시장제도 정착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중국 경제의 개혁과 개방은 중국이 경제의 글로벌화에서 매우 많은 이익을 얻게 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까지 저임금의 발전도상 국가로서 경제.금융의 기본구조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의 취약성과 비규범화, 거액의 불량금융 자산, 취약한 은행시스템 등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한층 융화됨을 의미하지만 자본계정의 태환 가능성을 앞당겨 실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이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시장제도 정착을 서두르는 동시에 자본항목에 대해 제한적으로 구별을 두면서 점차 자유화하는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베이징=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