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자동차 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외환관리체제를 바꾸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이들 기업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수출선 다변화 확대와 함께 수출대금 결제수단을 비(非)달러 통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강세통화인 유로화를 이용해 △원·유로 △달러·유로간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고 있으며 원화대출금의 외화대출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또 단기적으로 달러 보유비중을 줄인다는 방침 아래 수출대금 유입 즉시 달러화를 외환시장에 내다팔고 있으며 6개월∼1년짜리 중장기 선물환 매도공세도 펴고 있다. ◆자동차업계=수출선 다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북미지역에 대한 수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대·기아자동차(연간 수출액 1백21억달러)는 올 하반기부터 유럽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우선 소형차 겟츠(국내명 클릭)를 서유럽에 투입,현지 판매신장률을 10% 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카렌스Ⅱ 카니발Ⅱ 쏘렌토 등 디젤엔진을 얹은 RV(레저용차)를 앞세워 시장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양사는 이와 별도로 중남미 중동 지역 등에 대한 수출결제대금을 유로화로 전환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지난 3∼4월께 평균 환율 1천2백90원대에 10억달러 이상의 선물환 매도를 걸어 톡톡히 재미를 본 기아의 경우 하반기에 2억달러 규모의 달러·유로 통화스와프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자업계=연간 수출액이 1백80억달러로 국내 최대 수준인 삼성전자는 올해 환율하락으로 영업이익이 5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화예금을 하기보다는 수출대금을 서울 외환시장에서 매도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부별로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환율이 1천1백원대로 떨어지더라도 안정적 영업이익을 낼 수 있도록 환율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화결제수단을 다양화하고 수출지역 다변화를 통해 유로화결제 비율을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높일 방침이다. LG전자는 올해 사업기준 환율을 1천2백50원으로 잡았으나 환율이 급변하자 3개월 단위로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반기 기준환율도 1천1백50∼1천2백원 사이로 조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유로화 결제비중을 꾸준히 높여 유럽외 중남미 중동 일부 지역도 유로화로 결제하는 한편 동유럽 등에 대한 수출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의 경우 현지 화폐와 달러화 결제비중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화학·섬유업계=LG화학의 경우 올해 수출입물량을 비교하면 연간 6억달러 정도 수출이 더 많다. 이에 따라 하반기 평균환율이 1천2백원에 머물 경우 1백억원 이상의 경상손실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6월 1억2천만달러의 FRN(변동금리부 외화채권)을 발행,원화 차입금을 해소한데 이어 요즘에는 월평균 7백만∼8백만달러의 선물환 매도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 최대의 단섬유생산업체인 휴비스는 지난 연말에 비해 환율이 1백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월 15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절감과 해외부문의 간접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효성도 내부적으로 1달러당 1천2백원 이하로 환율이 떨어질 경우 올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개별 사업부서에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한 상태다. 유럽 등 비달러화 통화지역에 대한 수출확대에 주력하고 고기능성 제품의 수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일훈·김태완·이심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