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이틀만에 상승, "정부 방어의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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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이틀만에 상승했다. 전날 1,200원을 위협했던 급락 흐름은 일단 끊어졌다.
개장 전반 1,200원을 밑돌기도 했던 환율은 일부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아래쪽을 받치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상승세를 탔다. 전날 전윤철 부총리와 한국은행의 환율 인식을 뒤집는 발언이 나왔다.
달러화의 약세가 조정흐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은 120엔대에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시장 심리는 달러매도(숏)를 유지하는 측면이 강했으나 정부 의지나 달러/엔의 조정여부를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포지션 관리를 신중하게 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40원 오른 1,204.9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05.50원, 저점은 1,199.30원으로 하루변동폭은 6.20원이었다.
◆ 물량 vs 정부의지 = 환율 하락 추세는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강한 사수의지를 확인한 이상, 환율은 신중한 발걸음을 옮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은 다음주를 놓고 1,200원이 지지될 것이란 견해와 추가 하락이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나눠져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네고물량이 어제만큼은 아니었으나 꽤 많았는데 결제수요가 이와 비슷하게 유입돼 수급은 크게 한 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다"며 "정부도 1,200원이 애매한 레벨이기 때문에 개입 강도를 세게 가져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00원 이라는 숫자가 지니는 의미를 감안하면 다음주에도 정부와 시장간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정부개입이 얼마나 강도있게 오래 가느냐가 관건인 데 어느 쪽도 쉽게 간다고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고 다음주는 1,190∼1,210원으로 넓게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정부가 '1,200원은 물량없이 깨질 수 없는 레벨'이라는 점을 강하게 확인해줬다"며 "공급이 어제보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효과적으로 방어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다음주 공급우위가 심화되지 않는다면 뉴욕 증기의 기술적인 반등과 달러화의 단기 상승 가능성 등으로 주변여건이 달러/원의 추가 반등을 도와줄 것"이라며 "1,180∼1,200원은 지난 1년 이상 애먹인 레벨이라 쉽게 무너지긴 힘들 것 같고 공급부담이 적으면 다음주 1,215원까지 추가 반등하고 아래로는 1,197원 정도에서 막힐 것"으로 예상했다.
◆ 정부, 정부는 이날 두 차례에 걸친 구두개입을 통해 1,200원 방어의지를 시장에 알렸다.
재정경제부는 개장초 "정부의 외환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추가적인 원화절상이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한 데 이어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 정책관이 오후장에서 "시장의 지나친 원화절상 심리를 크게 우려한다"며 "최근 달러 하락세 진정 국면 등을 감안할 때 원화환율 하락의 속도와 폭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 정책관은 이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과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일단 이같은 재경부의 환율 하락 방어 의지를 확인하고 매도공세를 일단락했다. 전날 전윤철 부총리와 한국은행이 환율 하락이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발언이 야기했던 달러매도(숏)심리가 꺾어진 셈. 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인정하고 있으나 달러/엔의 반등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 달러/엔 120엔대 오름세 유지 = 달러화의 약세 진정 분위기가 완연하다. 미국의 4일 독립기념일 추가 테러 위험이 희석되면서 6월 실업률 호전 기대감이 달러화의 강세를 유도했다.
전날 독립기념일로 뉴욕에서 별다른 거래가 없었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0엔대를 재차 회복했다. 달러/엔은 이번주 들어 도쿄에서 120엔대를 회복한 뒤 런던과 뉴욕을 거쳐 119엔대로 내려서는 흐름이었으며 이같은 패턴은 이날도 반복됐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57분 현재 120.55엔을 기록중이다. 뉴욕에서 실업률 발표와 뉴욕 증시 흐름에 따라 등락 수준이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00원대 회복을 꾀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650억원, 267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 전날에 이어 1,000억원 이상의 매수우위로 달러 공급요인이 축적돼 환율 반등을 제한할 요인이 됐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20원 높은 1,200.7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이날 저점인 1,199.30원까지 미끄러진 뒤 재경부 구두개입으로 9시 33분경 1,202.00원으로 되올랐다.
이후 치열한 매매공방을 펼치며 1,200원을 놓고 시소하는 과정을 거쳐 달러/엔 오름폭 확대 등으로 반등, 10시 16분경 1,204.00원까지 일시적으로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환율은 차츰 물량이 채워지면서 되밀려 장 막판 약보합권으로 내려 1,200.3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200.2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이후 1,199.70∼1,200.60원의 0.90원 범위에서 등락, 변동성이 극히 위축됐다.
그러나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의 추가 구두개입으로 환율은 급반등, 상승 반전한 뒤 달러되사기(숏커버)의 가세로 3시 28분경 이날 고점인 1,205.5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환율은 약간 되밀려 1,204원선을 주로 거닐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3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2,24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180만달러, 1억6,840만달러가 거래됐다. 8일 기준환율은 1,201.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