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IRS)이 칼을 빼들었다. IRS는 14년여만에 처음으로 무작위 세무조사를 착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5만여명이 일시에 세무조사를 받게된다. 특히 이 가운데 2천여명은 특별 세무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IRS의 무작위 세무조사는 1988년 실시된 게 마지막이다. 90년대 중반에 시도된 적은 있으나 의회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엔론사태 이후 잇따라 터진 분식회계 스캔들로 미 기업들의 불투명한 회계관행이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 권리 침해를 이유로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반대했던 의회도 탈세 기업과 개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98년 새로운 납세자 권리에 관한 법안을 마련하는 등 세무조사에 비판적이었던 상원금융위원회도 이번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IRS는 무작위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기법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물론 매년 실시하는 일반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에도 활용할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탈세 혐의자들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선의의 납세자들이 세무조사를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예산감축 탓에 세무조사 건수가 줄어 기업 및 개인들의 탈세 여지가 커진 것도 무작위 세무조사 배경중 하나다. 지난해 세무조사 건수는 73만1천7백56건. 95년만해도 1백92만건에 달했던 세무조사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무작위 세무조사로 피조사인들은 위법여부와는 관계없이 변호사나 공인회계사를 고용해야 할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비용부담을 안게됐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