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허브와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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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에는 허브(Hub)라는 용어가 대유행이다.
국제적 비즈니스 허브,물류 허브,정보통신 허브 등등.마치 90년대 중후반 싱가포르를 연상케 한다.
최근 경제특구 이야기도 허브와 연관된 것이고 보면 앞으로도 수많은 종류의 허브들이 잇따를 것 같다.
원래 중심축을 의미하는 허브.우리는 과연 범세계적으로,아니면 아시아 지역에서,이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동북아 지역에서 '세계로 나가고 세계가 들어오는 지역적 허브'가 될 조건을 갖춘 것일까.
얼마 전 이코노미스트지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일본을 대신해 성장을 이끄는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 사실이라면 뭔가 희망적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만약 추세로 지속된다면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성장파고가 일어나는 양상을 상징했던,일본이 이끌고 신흥공업국 아세안 중국이 뒤따라가는 소위 '기러기(雁行)형'이 깨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2년 일본 통상백서'의 고백도 엄살만은 아닌 것일까.
일본은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에 대한 시각을 '경쟁'보다 '협력'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수정하고 나섰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일본이 선도하는 기러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백서의 기본적 시각이었다.
그러다가 자신들을 핵으로 한 분업구조가 깨지고 첨단산업마저 위협받고 있다면서 한국 중국 등이 각축을 벌이는 '대(大)경쟁시대'에 돌입했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작년이었다.
일본의 시각변화 과정은 보완에 머물거나 뒤쫓아만 가는 게 아니라,위협이 될 만해야 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분석들이 '일본의 변화'와 '우리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일까.
한ㆍ일 월드컵까지 곰곰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월드컵 한ㆍ일 공동개최 효과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오는 9,10일 양일간 서울에서 한ㆍ일 FTA 산ㆍ관ㆍ학(産ㆍ官ㆍ學)공동연구회의가 열린다.
하지만 한ㆍ일 FTA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인지 빨라야 3∼4년,길게는 5∼10년이 걸릴 거라는 전망에 결정적 변화가 없다.
세계 어느 나라와도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그런 우리가 당장이라도 무슨 국제적 허브가 되겠다며 나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허브라는 것이 지역적 네트워크로 구성된 클러스터(Cluster)가 '파이'가 크든지 어떤 매력이 있어야 하고,그런 클러스터의 중심일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 말이다.
일본의 변화도 우리의 가능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면,우리 스스로 그런 가능성을 믿고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는 없을까.
어쩌면 한ㆍ일 FTA는 일본을 넘어서 동북아시아 허브로 가는 전제조건인지도 모른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