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작전' 사범 무더기 구속 .. 검찰, 13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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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는 7일 주식매매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1백67억원을 횡령한 제일창업투자 대표 허영판씨(50.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등 주가조작 사범 1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허위 매수주문 등을 통해 주식시세를 조작한 증권사 직원과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둔 기업체 직원 등 9명은 불구속 기소됐고, 5명은 지명수배됐다.
검찰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한 58개 창투사 및 투자조합으로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창투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창투사 자금운용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 관계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 허위 계약서로 회삿돈 착복 =제일창투 대표 허씨는 창투사 자금으로 사들인 주식을 매각할 때 허위 계약서를 작성, 회삿돈 1백6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는 S텔레콤이 99년 11월 코스닥에 등록되자 한 달 뒤 제일벤처투자조합이 보유한 이 회사 주식 30여만주를 2만2천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매매계약서에는 매각 시점을 S텔레콤이 코스닥에 등록되기 직전인 99년 10월로, 매각 가격은 주당 2천5백원으로 바꿨다.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는 객관적인 주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 매각 가격을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낮춘 것.
계약서 조작을 통해 제일창투의 투자 회수금으로 들어가야 할 60억원이 고스란히 허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허씨는 또 비슷한 시기에 제일창투가 갖고 있던 S통신 주식 17만주(주당 8만원 상당)를 9천원씩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차액 1백7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제일창투측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모두 3백12억원을 벤처 지원 자금 명목으로 대출 또는 출자받은 점에 주목,
공단측이 58개 창투사 및 투자조합에 지원한 7천7백여억원의 운용과정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 미공개 정보 이용 =검찰에 따르면 동신에스엔티 상무 임모씨(구속)와 싸이버펄스네트워크 대표 박모씨(구속)는 지난해 4월께 '두 회사가 합병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동신에스엔티 전환사채(CB)를 한강구조조정기금으로부터 대거 사들였다.
이를 통해 임씨는 19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CB를 사들이기 위해 한강구조기금을 운영하는 S사 차장 김모씨(지명수배)에게 5억2천5백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김 차장도 일부 CB를 직접 인수, 15억원 상당의 이익을 거뒀다.
K사 전 대표이사 이모씨(기소중지)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대표적인 케이스.
이씨는 지난해 3월 K사가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에서 '의견 거절' 판정을 받게 될 것을 알고 이 사실이 공시되기 전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처분해 23억원의 손실을 피했다.
◆ 주가 띄운 뒤 팔기 =대신투자운용 이모 과장(구속)과 주식투자자 등 6명은 2000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상장기업인 S사 주식 2백43만주를 시가보다 비싸게 매수 주문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띄운 뒤 매도해 27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맥기술투자 전무 이모씨(구속)와 전 동원증권 투자상담사 등 5명은 지난해 4∼6월 사이에 H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17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씨 등은 주가를 띄우기 위해 △1천6백72만주를 시가보다 비싸게 매수 주문하고 △4천40만주를 상한가로 사겠다고 주문했다.
주택은행 전직 외환딜러인 김모씨(구속)와 류모씨(구속)는 서로 짜고 자신들의 계좌와 주택은행 계좌 간에 불법적인 선물거래를 실행, 1억8천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고 은행에 그만큼의 손실을 입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