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독점체제를 유지해 온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구조개혁과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덩치만 큰 "거대공룡"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자율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1997년말 외환위기를 맞아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 개혁은 시작됐다. 4년 남짓한 기간동안 공기업 개혁은 "민영화"와 "경영혁신"이라는 두 개의 바퀴로 달려왔다. 그동안 민영화가 완료된 대형 공기업은 KT(옛 한국통신)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대한송유관공사 국정교과서 종합기술금융 등이다.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 작업은 국책은행 지분(14%)을 제외하고는 지분매각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 가스공사 등에서도 본격적인 "주인 찾아주기" 작업이 예정돼 있다. 경영부문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력감축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하드웨어적 공기업 구조조정은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운영 시스템 개선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소프트웨어적 개혁이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민영화 대상을 발굴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한국방송공사(KBS)의 2TV와 문화방송(MBC) 등 언론 공기업이나 방만한 지방공기업 민영화도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해야 산다=이제는 공기업에 대한 경영혁신 평가체제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기획예산처가 12개 정부투자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1백점 만점에 80.44점으로 1위,KOTRA가 80.35점으로 2위,주택공사가 80.21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서해안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5백42.1km를 확충해 연간 2조1천억원의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교통정체 현상을 완화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본사 인력 6.7%를 축소하는 한편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총 2백31억원의 금융 비용을 절감했다. KOTRA는 공기업 최초로 전직원 연봉제를 도입하고 17개팀을 대폭 축소했다. 외국인 투자유치의 성과도 인정받았다. 주택공사는 국민임대주택 건설 목표를 초과 달성해 서민들이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 (주)한양 등 3개 부실 자회사를 완전 정리해 경영 합리화를 이뤘으며 "24시간 상시 고객상담제도" 등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밖에도 공기업들은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등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상임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민영화 대상 확대해야=공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해당 분야를 민간 기업이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민간 부문에서 담당할 수 없는 분야가 공기업의 사업분야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과 경합하는 공기업은 당연히 민영화 대상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영화를 통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한국경제연구원은 공기업 민영화 대상을 확대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경연은 KBS 1TV를 제외한 KBS 2TV와 MBC 등 언론공기업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先)공사화.후(後)민영화"를 통해 철도.수도.우체국사업의 만성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조개혁"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방공기업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장애요인도 많다=공기업 혁신에 걸림돌은 우선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각종 복리후생 축소와 인원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만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노조 눈치보기도 큰 변수다. 국회가 개혁을 위한 뒷받침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은 이제 단순한 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차원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현명한 절충점을 찾아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